지멘스 EDA가 인공지능(AI)을 반도체 설계 전 과정에 적용하는 ‘AI-네이티브 디자인’ 전략을 공개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설계와 검증, 디버깅을 이어받아 개발 기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는 1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지멘스 EDA 포럼 서울 2026’을 열고 차세대 전자설계자동화(EDA) 전략을 소개했다. EDA는 반도체 회로 설계와 검증, 물리 구현 과정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앵커 굽타 지멘스 EDA IC 제품 부문 수석 부사장은 “아시아·태평양, 특히 한국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AI 프로세서와 HBM, 첨단 패키징을 기반으로 AI 칩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메모리·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AI 설계 자동화 전략의 주요 시장 배경으로 제시한 것이다.
굽타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변화 축으로 △2028년까지 전체 칩의 70%에 AI 가속기가 탑재되는 ‘AI 에브리웨어’ △소프트웨어 정의 기반 시스템 △이종 통합 △전력 효율 중심의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AI 가속기는 인공지능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전용 반도체나 컴퓨팅 장치다.
지멘스는 이에 대응해 설계 엔진의 처리 속도를 최대 1000배 높이고 생산성을 10~50배 개선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리 기반 EDA 엔진으로 AI가 생성한 설계 결과를 검증해 신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굽타 부사장은 “이제 엔지니어가 ‘퇴근하니 이 작업을 끝내 달라’고 지시하면 여러 AI 에이전트가 서로 협력해 밤새 설계와 검증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 결과를 검증하고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디버깅해 수정하는 과정까지 사람의 개입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반도체 설계에서는 단계마다 엔지니어가 개별 도구를 조작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오류 원인을 분석한다. 지멘스의 전략은 이처럼 분리된 작업을 여러 AI 에이전트가 연속적으로 처리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지멘스는 엔비디아($NVDA)와 협력을 확대해 ‘자가 검증 에이전틱 AI’ 워크플로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지멘스의 AI 에이전트 시스템과 엔비디아 AI 인프라를 결합해 AI가 설계 결과를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구조다.
회사는 반도체 셀 특성화 작업 기간을 기존 수 주에서 수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처리 속도는 최대 10배 높이고 토큰 비용은 5배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AI 칩 검증은 기존보다 최대 1만배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고 지멘스는 설명했다. 다만 이 수치는 지멘스가 제시한 성과로, 실제 적용 범위와 성능은 고객사의 설계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굽타 부사장은 “현재 테스트 패턴 시뮬레이션은 3~5배 빠른 속도를 구현했으며, 장기적으로는 10배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존에 2~3주가 걸리던 검증 작업을 단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AI 반도체는 설계 규모가 커질수록 검증해야 할 조건과 오류 가능성도 함께 늘어난다. 설계 자동화의 성능뿐 아니라 AI가 만든 결과를 물리 기반 도구로 재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발표는 반도체 설계 도구가 개별 작업을 돕는 보조 기능에서 장시간 업무를 이어서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놉시스도 앞서 검증과 구현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반도체 설계 워크플로를 공개했다.
시놉시스는 초기 평가에서 디버그 주기가 25~40% 단축됐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설계와 검증, 오류 수정의 연속 수행과 물리 기반 검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의 차이를 보였다.
이번 발표는 크립토 시장을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채굴·검증 인프라와 AI 연산 사업자가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장비도 반도체 개발·검증 주기의 영향을 받는 만큼, 실제 고객 환경에서 자동화 성능이 재현되는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