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근 대학졸업자의 구직난을 인공지능(AI)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공식 통계와 연구는 취업 불안이 커진 배경에 원격근무 확산, 초급 채용 축소, 경기 둔화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가리킨다.
NPR은 18일 최근 졸업생들이 AI 때문에 구직이 어려워졌다고 느끼지만, 경제학자들은 원인을 더 복합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체감 불안은 뚜렷하지만, 실증 자료는 아직 'AI가 주원인'이라는 결론으로 모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최근 대학졸업자 실업률은 약 5.6%, 저활용률은 42%였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2026년 7월 전체 실업률 4.1%와 비교하면, 막 노동시장에 들어선 대졸자의 부담이 더 컸다.
다만 원인을 두고는 판단이 갈린다. 뉴욕 연은은 6월 1일 보고서에서 청년 대졸자 실업률 상승분의 64%를 원격근무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생성형 AI보다 원격근무가 상승분의 대부분을 설명한다고 적었다.
원격근무는 숙련된 직원에게는 유연성을 주지만, 신입에게는 배움의 통로를 줄일 수 있다. 사무실에서 관찰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약해지면 기업은 경험이 적은 인력을 뽑아 훈련하는 부담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엠마 해링턴(Emma Harrington) 버지니아대 경제학과 조교수는 NPR 인터뷰에서 "회사들은 원격근무로 전환하자 젊은 인력을 채용하는 쪽에서 정말 멀어졌다"고 말했다. 초급 채용 약화가 기술 대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멘토링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Stanford Digital Economy Lab)은 다른 신호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8월 12일 개정판에서 2026년 6월까지의 미국 급여 행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22~25세 근로자 고용이 덜 노출된 집단 대비 19% 낮았다고 밝혔다.
다만 스탠퍼드 연구진은 이 수치를 확정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초기 기술적 지표로 해석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젊은 근로자 고용이 약해진 신호는 있지만, 원격근무나 경기 여건 같은 대안 설명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워릭대 CAGE 연구도 단정론을 경계했다. 이 연구는 2017~2025년 미국·영국·캐나다·호주 자료에서 2억4300만건의 신규 채용과 4억700만건의 채용공고를 분석했다.
워릭대 연구는 생성형 AI 노출과 재택근무 노출을 따로 보면 둘 다 신입 비중 감소와 연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변수를 함께 넣으면 재택근무 효과가 남고 생성형 AI 계수는 상당 부분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채용 플랫폼 자료도 한 방향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ZipRecruiter는 4월 16일 보고서에서 최근 졸업생의 3개월 내 취업률이 전년 63%에서 77%로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졸업생 47%는 AI가 이미 업계 채용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고, 예비 졸업생 51%는 AI가 초급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벨리오 랩스(Revelio Labs)는 6월 30일 분석에서 AI에 많이 투자한 기업의 고용이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평균 10.2% 높았고, 초급 인력 비중도 1.15%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AI 도입 기업이 곧바로 신입 채용을 줄인다는 단순한 결론과 맞지 않는다.
다만 레벨리오 랩스 분석도 AI 투자 기업이 원래 더 빠르게 성장하던 기업일 수 있다는 점을 따로 고려해야 한다. 같은 고용 변화를 보더라도 'AI 도입의 효과'인지, '성장 기업의 채용 확대'인지 분리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대목은 미국 화이트칼라 초급 채용 논쟁을 국내 노동시장이나 크립토 업계 채용으로 곧바로 옮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본지는 앞서 국내 신입사원 채용 공고가 올해 상반기 두 자릿수 증가했다는 흐름을 전했지만, 이는 미국 대졸 신입 노동시장과 조사 대상·산업 구성이 다르다.
현재 확인된 자료는 'AI가 신입 일자리를 없앤다'는 체감과 '원격근무와 채용 구조 변화가 더 큰 변수'라는 실증 분석이 함께 존재한다는 데 머문다. 노동시장 영향은 AI 노출도, 실제 도입 여부, 원격근무 확산, 기업 성장률을 나눠 봐야 판단할 수 있다.
검증에 사용한 주요 출처는 NPR, 뉴욕 연은, 미국 노동통계국,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 워릭대 CAGE, ZipRecruiter, 레벨리오 랩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