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시리아를 거쳐 지중해로 원유를 내보내는 송유관을 추진하고 있지만, 완공까지 최대 4년과 150억 달러(약 21조21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의존을 낮추려는 대체 수출로 구상이 단기 복구가 아닌 장기 인프라 사업으로 커지는 흐름이다.
로이터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라크-시리아 송유관 구상이 기존 시설 복구보다 새 인프라 건설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기존 송유관은 1980년대 이후 사실상 쓰이지 않았고 손상도 커, 남은 구간도 새 기준에 맞춰 교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7월 미국 워싱턴에서 키르쿠크 유전과 시리아 바니야스 항을 잇는 원유 송유관 재가동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라크 국영통신 INA는 미국이 양해각서 체결을 환영했으며, 미국 기업들이 건설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UCC는 7월 18일 발표문에서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가 UCC, 쉐브론(Chevron), TI캐피털(TI Capital)과 별도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는 송유관의 기술·재무 검토를 진행하기 위한 단계로, 최종 투자 결정이나 공사 완료를 뜻하지 않는다.
이 구상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라크는 남부 바스라 항만을 통해 상당량의 원유를 수출해 왔고, 해당 항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본지도 앞서 호르무즈 통항 경로 합의 이후에도 전면 재개에는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고 전한 바 있다.
수출 차질은 이미 수치로 나타났다. 이라크 국영 석유판매회사 SOMO의 알리 니자르 알샤타리 대표는 디즐라TV 인터뷰에서 7월 이라크가 약 4200만 배럴을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3550만 배럴은 남부 항만, 700만 배럴은 튀르키예 제이한 터미널을 통해 나갔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전한 이 수치는 전쟁 이전 월 1억800만 배럴 안팎으로 거론되던 수출 규모와 차이가 크다. 이라크 재정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출 항로 차질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새 노선의 목표는 이라크 원유를 시리아 지중해 항만으로 보내 유럽행 유조선에 실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은 완공될 경우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초기 처리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해졌다.
다만 사업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라크 각료회의는 바스라석유회사가 쉐브론, UCC, TI캐피털 컨소시엄과 기술·재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라크비즈니스뉴스는 이 승인이 이라크 석유부에 최종 재정·계약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술 검토와 재무 검토가 끝나야 실제 투자 규모와 시공 방식, 사업 일정이 구체화될 수 있다.
송유관 사업은 통상 노선 확정, 토지·안보 위험 검토, 자재 조달, 시공, 시운전 절차를 거친다. 기존 관로가 오래 쓰이지 않았거나 손상이 크면 보수보다 신설 비용이 커질 수 있고, 이 경우 공사 기간도 길어진다.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이라크에는 수출로 다변화가 재정 안정과 직결되고, 시리아에는 지중해 항만을 활용한 인프라 재가동 의미가 있다. 미국 기업이 검토 단계에 참여하는 만큼 제재, 금융, 안보 여건도 사업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앞으로 2년 안에 중요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시리아 송유관의 공사 기간이 4년으로 잡힐 경우, 해당 노선은 단기 대체 수출로 기능하기 어렵다.
한국 독자에게 이 사안은 중동 지정학과 에너지 비용의 연결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유 수송 차질은 운송비와 정제 마진,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송유관 구상이 국제 유가나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직접 영향은 아직 별도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