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와 고성능컴퓨팅(HPC) 수요가 늘면서 대만 인쇄회로기판(PCB)과 IC 기판 공급망에서 원재료 부족과 가격 인상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완제품보다 유리섬유천과 동박적층판(CCL) 등 상위 소재의 수급이 먼저 흔들리는 흐름이다.
공상시보는 AI 서버와 고속 네트워크 장비용 고사양 PCB 수요가 CCL 규격과 사용량을 높여 상반기 CCL 가격이 약 20~30% 올랐고, 가격 상승 압력이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망 추산으로는 2세대 저유전(Low DK) 유리섬유천의 공급 부족률이 60%를 넘었고, T-Glass 부족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소재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대만 PCB 업체들의 고객사 가격 협상에도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번 가격 압력의 중심은 완제품 PCB가 아니라 상위 원재료다. AI 서버용 고사양 기판은 일반 소비자용 전자제품보다 CCL 규격과 사용량이 높아 원재료 가격 변화가 제조원가에 더 크게 반영된다.
CCL은 절연층 위에 동박을 붙인 회로기판의 기본 재료다. PP는 여러 기판층을 접합할 때 쓰이는 반경화 소재이며, T-Glass와 저열팽창계수(Low CTE) 유리섬유천은 ABF 기판과 첨단 패키징에 쓰인다.
고사양 기판 수요가 늘어도 소재 공급은 곧바로 늘기 어렵다. 생산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고, 일부 업체의 생산능력은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상시보는 고사양 PCB 수요 증가로 유리섬유천과 CCL 수급이 빠듯해졌고, CCL 공급 개선은 2027년 1분기 신규 생산능력이 투입된 뒤에야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격 전가 속도는 업체마다 다르다. 대만 젠딩(Tripod Technology)은 서버와 네트워크 제품 비중 확대, 제품 구성 개선을 바탕으로 CCL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제시됐다.
징펑(Chin-Poon)은 1차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의 약 70~80%를 고객에게 넘겼지만 차량용 기판 고객의 협상 주기가 길어 시간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재료 가격이 다시 오르면 추가 가격 협상이 필요해질 수 있는 구조다.
딩잉홀딩스(Dynamic Holding)는 2분기 매출총이익률이 14.02%로 전 분기보다 2.1%포인트 낮아졌다. 원재료 비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야오화(Unitech)는 고객과 가격 인상 협상을 마쳤고, 3분기부터 관련 효과가 반영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가격 인상분이 실적에 반영되는 속도는 고객사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IC 기판 쪽에서는 신싱(Unimicron), 징숴(Kinsus), 난야전로판(Nanya PCB)이 함께 거론됐다. AI GPU와 ASIC 등 고성능 연산 칩의 패키징 수요가 고사양 IC 기판 수요를 밀어 올리고, T-Glass 등 핵심 재료 부족이 가격 협상에 영향을 주는 구조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흐름은 반도체 칩 자체보다 주변 공급망의 병목을 보여주는 지표다. 본지는 앞서 AI 서버와 HPC 장비에 쓰이는 FC-BGA 등 고사양 기판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서버용 PCB가 고다층화·고사양화되면서 가공 공구 수요가 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CCL 적용 확대와 기판 난도 상승은 소재뿐 아니라 드릴 비트 등 가공 공구 수요와도 연결된다.
이번 사안은 특정 종목의 가격 방향보다 AI 인프라 확장이 원재료, 기판, 장비로 비용 압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대만 공급망에서 확인된 CCL과 유리섬유천 부족이 국내 PCB 장비·부품업체 실적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