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3067억2600만달러(약 419조원)까지 커졌지만, 발행 증가가 미국 국채의 신규 수요로 모두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준비자산으로 단기 국채를 보유하는 구조가 수요를 만들 수 있는 반면 기존 예금과 머니마켓펀드 자금이 이동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26년 8월 지니어스 법(GENIUS Act) 시행을 위한 규정 초안을 공개했다. 재무부는 이 법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고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틀이라고 설명했다. 규정 초안은 2027년 1월 18일부터 미국 내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면허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니어스 법이 허용한 준비자산은 현금, 예금, 환매조건부채권, 잔존 만기 93일 이하 미 국채 등이다. 발행사가 토큰 유통량에 맞춰 준비자산을 확보하면 만기 1년 이하 미국 국채인 T-bill 매입이 늘어날 수 있다.
미 재무부 산하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증가가 만기가 짧은 국채의 새로운 수요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를 대체하면 기존 국채 투자자의 수요가 줄어드는 상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TBAC 자료에서 밝혔다.
DeFiLlama는 2026년 9월 24일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을 3067억2600만달러로 집계했다. 테더(USDT)는 1835억1300만달러(약 251조원), 유에스디코인(USDC)은 757억3500만달러(약 103조원)로 두 자산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 재무부의 2026년 1분기 TBAC 자료는 테더와 서클의 자산 가운데 T-bill 비중이 53%라고 제시했다. 2022년 이후 T-bill 보유액은 700억달러(약 96조원) 늘었지만,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한 국채는 전체 미 국채의 1% 미만으로 평가됐다.
국채 수요가 실제로 늘어나는지는 스테이블코인 성장의 출처에 달려 있다. 달러를 사용하지 않던 해외 이용자가 새롭게 달러 기반 토큰을 보유하면 추가 수요가 될 수 있지만,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에 있던 자금이 옮겨온 것이라면 투자 주체만 바뀌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시장 규모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TBAC 자료에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028년 약 2조달러(약 273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성장 시나리오가 담겼다. 이는 확정 전망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JP모건 글로벌리서치는 향후 수년 내 시장 규모를 5000억~7500억달러(약 68조2500억~102조3800억원)로 예상했다. 거래와 탈중앙화금융 중심의 수요가 이어지고 조건이 맞으면 1조달러(약 1365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2조달러 전망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평가했다. JP모건 분석은 이 같은 범위의 전망을 제시했다.
규제는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니어스 법은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제한하고 이자 지급형 상품을 구분해 발행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를 좁힌다.
미 재무부 TBAC는 이런 설계가 발행사의 국채 보유를 늘릴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은행 예금과 머니마켓펀드에서 자금이 이동하면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사용 확대도 별도 변수다. 달러를 결제와 거래에 쓰는 이용자가 늘면 달러 수요와 결제망이 함께 확대될 수 있지만, 재무부 규정 초안에는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과 해외 공동사업을 공식 추진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본지는 앞서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 수요를 늘리더라도 다른 자산 수요나 은행 대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번 TBAC 분석도 스테이블코인의 국채 수요 효과를 신규 자금 유입과 기존 자금 이동으로 나눠 봐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환매 집중과 준비자산 투명성, 금융기관 예금 이탈, 단기 국채시장 쏠림 위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가만으로 국채 수요가 같은 규모로 늘어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시장 규모보다 준비자산 구성과 자금 유입 경로가 핵심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거래 담보로 쓰이는 만큼 준비자산의 국채 편입은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 해석과도 연결된다.
미국 내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발행 면허 규정은 2027년 1월 18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후 실제 발행량 증가가 신규 해외 달러 수요와 연결되는지, 기존 금융자산의 이동에 그치는지가 미국 국채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를 전망이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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