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5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소재 담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업체와 임직원들이 검찰에 기소됐다.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가격을 경쟁사끼리 미리 맞춘 정황이 확인되면서, 수사와 함께 범죄수익 환수 절차도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13일 반도체 소재 업체 A사 법인과 전·현직 대표이사 등 임직원 5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2020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본딩와이어와 솔더볼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과 가격과 거래 조건을 사전에 조율한 혐의를 받는다. 본딩와이어는 반도체 칩과 기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가는 금속선이고, 솔더볼은 칩과 기판을 전기적·물리적으로 붙여주는 미세 금속구여서 반도체 후공정에 널리 쓰이는 소재다.
검찰이 파악한 전체 담합 규모는 본딩와이어 3천69억원, 솔더볼 407억원으로 총 3천476억원에 이른다. A사는 금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업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경쟁사들과 가격 인상에 합의하거나 거래처가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할 때 함께 대응해 사실상 가격을 묶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끼리 경쟁 대신 가격을 맞추면 거래처는 선택권이 줄고, 최종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은 이런 행위를 중대한 위반으로 본다.
이번 사건에서는 형사 기소와 함께 범죄수익 환수 조치도 눈에 띈다. 검찰은 A사가 범행으로 얻은 수익 가운데 12억2천만원을 추징하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추징 보전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달 31일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공정거래법상 가격 담합을 전제 범죄로 보고 범죄수익 추징 보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유죄를 다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담합으로 얻은 이익까지 환수하겠다는 수사 방향이 분명해진 셈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도 발동했다. 이후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 등을 거쳐 A사가 담합을 주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0월 2일 이후 담합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지는 제도 변화도 언급하며, 남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과 범죄수익 환수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담합 사건 대응이 단순 제재를 넘어 불법 이익 환수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