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막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새 규정을 확정하면서, 물적분할 뒤 자회사를 다시 증시에 올리는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장치가 한층 강화됐다.
금융위원회는 7월 31일 정례회의에서 한국거래소의 상장·공시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고, 관련 제도는 8월 3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모회사가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려 할 때, 과거처럼 기업 판단만으로 추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물적분할은 사업부를 떼어내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인데, 이후 자회사가 따로 상장하면 기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가치가 쪼개졌는데도 직접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컸다. 금융당국은 이런 논란이 반복되자 중복상장을 예외적 사안으로 관리하고, 주주 동의와 이사회 책임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겠다는 방향을 택했다.
가장 중요한 장치는 이른바 3%룰 준용 방식의 주주동의 절차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고, 주주총회에 참석한 의결권의 과반이 찬성해야 하며, 동시에 전체 의결권의 4분의 1 이상 동의도 받아야 한다. 쉽게 말해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한 상태에서 일반주주 의사를 더 무겁게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기업계는 이런 방식 대신 일반적인 보통결의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고, 투자업계는 소수주주 다수결(MoM·대주주를 제외한 소수주주 다수의 찬성)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보통결의로 완화하면 일반주주 보호 취지가 약해질 수 있고, 소수주주 다수결은 국내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원안을 유지했다.
모회사 이사회 책임도 더 분명해졌다.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이사회는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호방안을 마련하며, 주주와 충분히 소통하는 등 주주충실의무에 기초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는 상장 추진이 회사 경영진이나 대주주 판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두려는 조치다. 금융위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일부 세부 규정은 손질했다. 이사회 의무 이행을 사전에 심의·의결할 독립적 특별위원회 구성 요건은 더 강화했고, 주주동의 과정에서 전자투표를 권고하는 내용도 반영했다. 또 모회사 이사회의 최종 찬반결의 공시 기준도 수정해 투자자가 의사결정 과정을 더 분명히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제도는 기업 자금조달과 사업재편의 필요성을 완전히 막기보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일을 줄이려는 절충안에 가깝다. 실제 의견수렴에서도 기업계는 규제 완화를, 투자업계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입장이 뚜렷하게 갈렸다. 금융당국은 시행 이후에도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 이행 사례와 거래소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기준을 더 엄격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