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트코인(BTC) 전략비축은 당장 정부 매입으로 이어지기보다 압류·몰수 자산을 장기 보유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책 신호는 분명하지만, 공개시장에서 새 수요를 만드는 매입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그레이시 천(Gracy Chen) 비트겟(Bitget) 최고경영자는 크립토브리핑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안에 미국 정부가 공개시장에서 BTC를 사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크립토브리핑은 전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정부가 새 매수 주체로 나서느냐보다 이미 확보한 BTC를 팔지 않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가깝다.
백악관은 2025년 3월 6일 행정명령에서 전략비축을 재무부가 보유한 BTC 가운데 형사·민사 몰수 절차로 최종 귀속된 자산으로 채우도록 했다. 같은 명령은 전략비축에 들어간 정부 보유 BTC를 매각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행정명령은 재무부와 상무부에 납세자에게 추가 비용을 지우지 않는 '예산중립' 방식의 추가 확보 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 문구가 곧바로 공개시장 매입을 뜻하지는 않는다. 예산을 새로 투입해 거래소나 장외시장에서 BTC를 사들이는 구조와는 구분해야 한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도 같은 해석과 맞닿아 있다. 베센트 장관은 2025년 8월 14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전략비축을 위해 BTC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압류 자산은 계속 보유하고, 이후에는 예산중립적 경로를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더블록은 베센트 장관이 당시 정부 보유 BTC 가치를 150억~200억 달러(약 20조9250억~27조9000억원)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정부가 이미 확보한 디지털자산을 전략비축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논의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입법 경로는 별도로 남아 있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미국 상원의원이 발의한 S.954 '비트코인 법안'은 재무부가 5년 동안 BTC 100만 개를 매입해 미국을 위해 신탁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의회 기록상 이 법안은 2025년 3월 11일 상원에 발의된 뒤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법률로 통과돼 집행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에 따른 보유 중심 비축과 의회 법안에 담긴 직접 매입 구상 사이에는 절차와 권한의 간격이 남아 있다.
전략비축은 통상 정부가 특정 자산을 장기간 보유·관리하는 제도다. 원유 비축처럼 공급 충격에 대비하는 형태도 있고, 이번처럼 몰수 자산의 처분 방식을 바꾸는 형태도 가능하다. BTC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점 때문에 보유 원칙과 매각 제한이 시장의 관심을 받는다.
시장 반응은 '비축'이라는 단어보다 실제 매수 여부에 더 민감했다. 행정명령 발표 직후에는 새 매입 프로그램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후 논의도 공개시장 매수보다 압류 자산 이관, 보관 권한, 법적 근거에 집중됐다.
이번 크립토브리핑 인터뷰는 미국 정부의 BTC 매입 기대가 실제 정책 구조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다시 보여준다.
업계의 시각도 갈린다. 한쪽에서는 미국 정부가 BTC를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고 매각 제한을 둔 것만으로도 제도권 편입 신호가 커졌다고 본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공개시장 매입이 없으면 단기 수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대목도 이 지점이다. 미국 정부가 BTC 보유 체계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정책 신호지만, 정부 예산을 투입해 공개시장에서 사들이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가격 지지 효과나 추가 수요를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 비트코인 전략비축 논의는 매입 기대보다 제도화 수준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행정명령은 보유와 관리의 틀을 세웠고, 의회 법안은 매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확인된 절차는 루미스 의원 법안의 상원 위원회 회부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