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입지 찾는 전통 금융권…TP ICAP·피델리티·스탠다드, '거래소' 세운다

세계 최대 딜러 간 중개업체 TP아이캡(TP ICAP)이 기관을 위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준비 중이다. 피델리티와 스탠다드차타드(SCB) 산하 암호화폐 수탁 전문 자회사가 협력한다.

2021년 6월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TP아이캡은 피델리티디지털애셋, 스탠다드 산하 조디아커스터디와 함께 기관을 위한 현물 암호화폐 거래소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래소는 암호화폐 거래뿐 아니라 수탁, 청산 같은 거래 후 처리 인프라도 제공한다. 거래소는 향후 수탁업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동성 제공업체와 연계해 거래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초기 유동성은 2016년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해온 전문업체 플로우트레이더가 맡는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비트코인 거래를 우선 지원하며 추후 이더리움을 추가할 계획이다. 2021년 연내 출범 예정이며 영국 재정청(FCA)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기존 금융 모델처럼 거래·사후 처리 분리해야

전통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3사는 암호화폐 시장에 주식, 채권, 외환 같은 전통 자산를 위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 실행과 사후 처리를 동시에 담당하는데 TP아이캡은 이같은 방식이 신용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진 투자자까지 기반을 확대하려면 전통 금융 시장처럼 거래 실행 업무와 거래 후 처리 업무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던컨 트렌홀름(Duncan Trenholme) TP아이캡 디지털 자산 부문 공동 수석은 "6~8개월 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 투자자 관심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서 "이 가운데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와 달리 거래 실행 기능과 수탁 기능을 분리하길 원하는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포스터(Simon Forster) TP아이캡 디지털 자산 부문 공동 수석도 "거래소들은 대부분 사전 자금 조달을 요구하고 동시에 수탁업체로 역할한다"며 "이는 유동성 파편화, 이해충동 등 문제를 야기하고 기관 참여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은 암호화폐 기관 접근성을 확장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발전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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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금융, 암호화폐 접점 확대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통 금융 시장의 주요 기업들이 보다 강력한 인프라와 제도권 내 경험을 가지고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리를 찾고 있다.

TP아이캡은 데이터·분석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자본 시장 내 입지를 구축한 유명 딜러 간 중개업체다. 2019년부터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옵션 거래를 지원했으며 기타 파생상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조디아커스터디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기관의 디지털 자산 수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전문 자회사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벤처 캐피털 부문을 통해 영국, 유럽에 암호화폐 중개 및 거래업체 설립도 준비 중이다.

TP아이캡 이전에도 다수의 전통 금융 기업들이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알렸다. 기존 금융권은 접근 채널을 확보하고 동시에 강화되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2021년 들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거대 은행들은 자산 운용 고객을 위한 암호화폐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놨다. 독일증권거래소 도이치뵈르제(Deutsche Boerse)는 암호화폐 사업 확장을 위해 스위스 핀테크 업체 크립토파이낸스의 지분 3분의 2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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