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리플(Ripple), 서클(Circle), 팍소스(Paxos), 비트고(BitGo),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Fidelity Digital Assets)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이 제출한 전국 신탁은행 전환 및 설립 신청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산업 간의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요일(현지시간) OCC는 세 곳의 기존 주 단위 신탁회사를 연방 수준의 신탁은행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했으며, 리플과 서클의 신규 신탁은행 설립 신청 또한 조건부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디지털 자산 업계에 은행권 진입을 허용하는 드문 사례로, 미 금융 규제기관이 새 금융 기술을 점진적으로 수용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조너선 굴드 통화감독청 청장은 “연방 은행 시스템으로의 신규 진입은 소비자와 금융산업, 전체 경제에 이롭다”며 “OCC는 전통적이든 혁신적이든 다양한 금융 접근방식이 현대 경제에 발맞춰 나아가도록 제도적 경로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승인 사례가 확대됐다는 의미를 넘어, 각 기업이 추구하는 사업 모델에도 의미가 있다. 대부분은 승인받은 신탁은행을 통해 고객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 보관(custody)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팍소스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기업들이 디지털 자산을 발행, 보관하며 안전하게 거래하고 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리플은 자사 US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를 발행하고 있음에도 “신탁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서클이 발행하는 USDC와 비교할 때 규제 측면에서 다른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OCC 승인을 받은 다섯 기업 외에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10월 전국 신탁은행 라이선스를 신청했으나, “은행이 될 의도는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번 발표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미국 금융 규제 체계 내에서 신뢰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경로를 모색하는 흐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연방 감독이 적용되는 신탁은행 체계에 편입되면, 사업 운영에 있어 더 명확한 법적 기반과 금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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