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Pal, 미국 산업은행 면허 신청…“소상공인 대출 확대·PYUSD 기반 금융서비스 본격화”

글로벌 결제 기업 페이팔(PayPal)이 미국 유타주에 산업은행 면허를 공식 신청하며,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에 나섰다. 이번 움직임은 자체 ‘PayPal Bank’를 설립해 미국 전역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테이블코인 PYUSD 확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페이팔은 16일(현지시간) 유타주 금융당국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산업은행 인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허가를 받으면 일반 은행처럼 예금을 수취하고 대출을 집행하며, 주요 결제 네트워크에 직접 접근하는 권한을 얻게 된다. 이로써 페이팔은 기존 디지털 결제라는 틀을 넘어 본격적인 금융기관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게 된다.

알렉스 크리스(Alex Chriss) 페이팔 CEO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은 심각하다”며 “PayPal Bank 설립을 통해 시장 접근성과 자본 확보 효율성을 높여 미국 내 경제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페이팔이 미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기술 기반 금융 솔루션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 PYUSD와의 연계…"실물 금융거래로 확장"

이번 은행면허 추진은 페이팔이 2023년 8월 공개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PYUSD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은행 인가를 받으면 PYUSD 발행사로서 자체 대출, 예금 보관, 결제 솔루션을 통합할 수 있어, 실물 금융과 암호화폐 간 ‘경계 허물기’ 가속화가 예상된다.

최근에는 미국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수익금을 PYUSD로 수령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했다. 이는 PYUSD를 단순 자산 보관형 토큰을 넘어 일상 결제 수단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페이팔은 안정적인 금융 운영을 위해 마라 맥닐(Mara McNeill)을 ‘PayPal Bank’ 초대 사장으로 임명했다. 맥닐은 20년 이상 은행 및 상업 대출 분야에서 활동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심 전략으로 ‘기술 기반 대출 심사’ 및 ‘기업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을 들고 있다.

은행 인가 노리는 크립토 기업…'규제 내 진입' 본격화

한편, 미국 현지에서는 최근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또는 신탁은행 인가 신청이 확산하는 추세다. 조너선 굴드(Jonathan Gould)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은 “2024년 들어서만 14건의 은행 인가 신청이 접수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암호화폐 기업”이라고 밝혔다.

OCC는 현재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 주요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리플 등 5개 크립토 기업의 신탁 인가 신청을 사전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리플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연방 규제 체계 내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이팔의 이번 신청은 이런 흐름에서 파생된 대표적인 ‘빅테크 금융화’ 사례다. 기술 기반 소비자 플랫폼이 직접 대출, 예금, 송금 기능을 수행하려는 시도는 규제 불확실성과 감독 적응력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금융 시스템 내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SEC 제재 종결 이후…PYUSD에 우호적 환경 마련

앞서 PYUSD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대상에 오르며 규제 불확실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SEC는 추가 조치 없이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며, PYUSD는 ‘증권이 아닌 결제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페이팔은 PYUSD를 주요 핀테크 인프라의 기반으로 자리잡게 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PayPal Bank 설립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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