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암호화폐를 합법화하며 동남아 디지털 경제 지도에서 중대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할 ‘디지털 기술산업법(Digital Technology Law)’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암호화폐를 정식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하며, 관련 산업에 대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 이번 조치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육성과 연계돼 있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14일 베트남 국회에서 찬성 441표, 반대 4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핵심 내용은 디지털 자산을 두 가지로 구분한 구조다. 게임 아이템, 리워드 포인트 등은 ‘가상자산(Virtual Assets)’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NFT 등은 ‘암호자산(Crypto Assets)’로 각각 지정된다. 다만, 증권형 토큰,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 전통 금융상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국내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국제규범에도 부합하는 점에서 주목된다. 베트남은 그동안 암호화폐 규제 미비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그레이리스트’에 등재돼 있었는데, 새 법은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금지(CFT) 기준을 명문화하며 이를 적극 해소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규제도 포함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베트남 정부는 암호화폐 사업자 및 금융기관에 대한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AML·CFT·사이버보안 규정 준수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가속화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내포돼 있다.
이번 조치로 베트남의 암호화폐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2025년 기준 베트남의 암호화폐 이용률은 세계 7위 수준으로, 사용자 수는 2,17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으로서의 암호화폐는 자본이득세 20%, 채굴 소득은 5~35%, 관련 서비스에는 10%의 부가가치세가 적용됨에 따라 과세 체계 또한 정비되고 있다.
베트남 재무부(MOF)와 중앙은행(SBV)이 중심이 되어 시장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법제화는 중장기적으로 국가 금융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로써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암호자산 법제화를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