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믹싱 서비스 ‘사무라이 월렛’을 공동 설립한 키온 로드리게스가 미 당국으로부터 징역 5년형을 선고받으며, 디지털 자산 생태계 내 ‘프라이버시 대 범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데니스 코트 판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로드리게스에게 미등록 송금업 운영 공모 혐의로 최대 형량을 선고했다. 그는 올해 7월, 검찰과의 합의 끝에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판사는 “그는 뛰어난 기술을 범죄에 활용하기로 선택했다”며, 그 결정이 불법 자금의 추적과 회수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로드리게스는 사용자들이 익명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할 수 있도록 만든 믹싱 서비스를 개발했으나, 이 기능이 불법 자금 세탁에 악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사법 당국은 믹서 기술을 ‘범죄 조력 도구’로 판단,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특히 X(옛 트위터)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업계 베테랑인 카일 샤세는 “프라이버시는 본래 암호화폐 운동의 핵심 가치였지만, 이제는 범죄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무라이 월렛이 범죄 은폐 목적이 아니라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개발된 점을 강조하고, 이번 판결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샤세는 “특정 은행들이 수조 원 규모의 자금세탁에 연루되고도 벌금형에 그친 반면, 개발자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되는 현실이 아이러니”라며, 이는 단순히 하나의 앱 문제가 아니라 ‘감시 없는 금융 자유’를 지킬 수 있느냐는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권리를 지키지 못하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사회 신용 시스템 중심의 통제된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한편, 로드리게스 측 변호인단은 그가 초범이며 가족을 돌보는 가장이라는 점,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선의의 목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들어 징역 1년 정도의 감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깊은 반성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드리게스와 함께 유죄를 인정한 공동 창업자 윌리엄 힐은 오는 11월 19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합의에 따라 2억 3,700만 달러(약 3,170억 원)를 몰수하고, 40만 달러(약 5억 3,960만 원)의 벌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같은 유형의 범죄로 기소된 토네이도캐시 공동 설립자 로만 스톰 역시 최대 5년형을 앞두고 형량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 산업에서 프라이버시 기술이 규제 당국의 주요 타겟이 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믹서 기술이 범죄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이와 유사한 기술과 프로젝트에 대한 규제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