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숏 포지션, 기술적 강세 신호, 그리고 고래 매도로 요동친 암호화폐 시장에서 XRP와 비트코인(BTC)이 다시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트코인 강세와 맞물려 장기 보유자의 비트코인 대량 매각까지 이어지며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이다.

지난 주말 한 트레이더가 리플(XRP)에 대해 2,740만 달러(약 370억 원) 규모의 대형 숏 포지션을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숏 포지션은 비트코인 40배, XRP 20배, 제트캐시(ZEC) 10배 레버리지로 구성된 초고위험 투자였다. 특정 가격대에 대한 강한 베팅이었지만, 결국 하루도 못 가 강제 청산되며 막대한 손실로 돌아갔다. 이는 최근 시장이 지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현재처럼 단기 변동성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고레버리지 전략이 쉽게 무너지며, 기술적 분석보다 심리가 가격을 앞서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XRP/BTC 차트에서는 강한 반등 시그널이 감지됐다. XRP는 비트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화된 패턴을 보여주며, 최근 23일 및 50일 이동평균선 정렬이 지난 7월 상승장과 유사한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당시 XRP/BTC는 약 12일 만에 40% 급등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기술적 조건이 형성되면서 최소 25~30% 수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BTC 도미넌스가 약세를 보이면서 XRP를 포함한 알트코인들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장 흐름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강한 반전에 대한 기대와 달리, 시장 전반에는 매도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최근 30일간 장기 보유자들이 내던진 비트코인 물량이 81만 5,000개에 달한다. 이는 2024년 1월 이후 최대 규모 매각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보유자의 매도는 즉각적인 폭락을 유도하기보다는, 기술적 반등이 무력화되는 침체 국면을 불러온다. 투자심리는 약화되고, 상승 반전 신호는 신뢰를 잃은 채 가격은 역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매도 흐름은 계절적으로도 비우호적인 4분기와 맞물려 있으며, 지난 2019년 및 2022년의 하락장을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비트코인 매도가 약세장의 마지막 국면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트와이즈 최고경영자 헌터 호슬리는 향후 ETF 기반 유동성 유입이 시장 구조를 재편할 것이며, 지금의 조정은 오히려 상승 전환을 앞둔 과도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9만 6,400달러(약 1억 3,078만 원) 부근에서 방향성을 잃은 채 횡보 중이며, 이더리움(ETH)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따라가는 흐름에 머물러 있다. 반면 XRP는 기술적 반등 가능성과 숏 청산 효과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알트코인으로 분류된다.

극심한 불확실성과 청산 위기 속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다음 주에도 쉽지 않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주요 자산에 대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보다는 구조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적 시그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