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최근 인수한 가상자산 거래소 디지털엑스(Digital X·옛 코빗)의 최고경영자 교체를 당분간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세진 대표 체제가 인수 이후에도 이어지는 흐름이다.
연합인포맥스는 미래에셋이 디지털엑스 인수 이후 오 대표의 거취를 두고 별도 교체 절차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오 대표는 2020년 처음 코빗 대표에 오른 뒤 두 차례 연임했고, 2025년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2028년 말까지 임기를 부여받았다.
이번 유임 기류는 인수 직후 경영진을 바꾸기보다 기존 조직과 사업을 아는 대표에게 체질 개선 시간을 주는 선택에 가깝다. 미래에셋 내부에서도 오 대표의 가상자산 업계 경험과 조직 이해도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표 임기 보장이 장기 재신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는 지난달 26일 디지털엑스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가 흑자를 내면 내년에 추가 증자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인포맥스는 박 회장이 전략적 투자자(SI)를 대상으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확충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흑자 전환을 조건으로 한 구상이며, 확정된 증자 결의나 발행 조건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디지털엑스의 당면 과제는 수익성 회복이다. 지난해 코빗 매출은 97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약 12%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54억원, 당기순손실은 약 1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전년 168억원보다 줄었지만 거래소 본업에서 적자가 이어진 구조다. 매출보다 영업손실 규모가 큰 만큼, 외형 확대보다 손익 구조 개선이 먼저 확인돼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 수수료 의존도가 높아 시장 거래량과 점유율 변화에 실적이 크게 흔들린다. 코빗은 최근 수년간 거래소 간 경쟁이 커지는 가운데 적자를 이어 왔고, 선두 사업자와의 격차도 과제로 남아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7월 코빗 지분 97.15%를 확보했다. 취득 주식은 2849만5701주, 총 인수 금액은 1413억6717만원으로 보도됐다.
이후 코빗은 법인명을 디지털엑스로 바꿨다. 본지도 앞서 코빗이 법인명을 디지털엑스로 변경하되 거래소 서비스명은 유지한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은 디지털엑스를 단순 거래소가 아닌 그룹의 디지털자산 플랫폼으로 키우는 구상을 제시했다. 본지는 앞서 디지털엑스가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실물자산, 토큰증권을 네 가지 사업 축으로 삼는다고 보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증권 성격을 가진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구조를 가리킨다.
오 대표에게는 기존 거래소 사업의 손익 개선과 새 사업 모델 구축이 동시에 놓였다. 미래에셋은 거래소 인수만으로 디지털자산 사업을 끝내지 않고, 전통 금융의 고객 기반과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인수 당시 오 대표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린 상황"이라며 "디지털X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반드시 숫자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의 임기는 성과가 증명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디지털엑스 체제의 성과는 흑자 전환 여부와 사업 재편 속도에서 먼저 확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