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문제와 관세 갈등을 두고 극한 대립을 벌이던 가운데, 10월 30일 경주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희토류 역외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은 일부 대중 관세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일시적으로나마 완화됐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끌었다. 특히, 중국이 기존에 예고했던 희토류 수출 규제의 강도가 높았던 만큼, 이번 유예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해소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중희토류(희귀한 중금속 원소) 7종에 대해 미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었고, 12월부터는 자국 희토류가 극미량이라도 포함된 제품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제3국 수출 시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에서 핵심적으로 쓰이는 희귀 원소다. 문제는 이 분야에서 중국의 생산과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는 대부분 중국에서 추출·정제되며, 이를 원재료로 한 전기 모터나 전자 부품은 한국 기업들이 제3국에 수출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중국의 수출 통제가 전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문제에 대해 “희토류는 모두 해결됐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중국이 1년간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이후 매년 연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온 일부 관세(일명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같은 날 정식으로 규제 유예 방침을 발표하면서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 당장 반도체, 이차전지 등 희토류 기반 부품을 활용하는 산업의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면서 수출기업들의 부담도 한층 덜어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두고 있어 양국 간 무역 마찰이 심화될수록 피하기 어려운 경제적 피해가 예상됐다. 이번 합의가 공급망 안정화를 넘어,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을 낮추는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휴전으로 보는 분위기다. 중국의 규제가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며, 1년 후 재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서강대학교 허윤 교수는 “중국은 언제든 다시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한국은 남은 시간 안에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기술 확보, 효율적인 비축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중 관계의 전반적인 긴장 완화 여부에 따라 계속 이어질 수도 있지만,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은 단기적인 안정에 만족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공급망 자립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