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가격이 소폭 강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10일 새벽 런던 현물시장에서 금은 온스당 514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전날 종가 5133.97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지난주 초 5400달러대까지 올랐던 뒤 5000달러 안팎으로 밀렸다가 5100달러선에서 등락을 이어가는 흐름이다. 은 가격은 온스당 87.54달러로 전날 86.85달러대 마감가를 웃돌며 나흘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주 한때 78달러선까지 내려갔던 은 가격은 80달러 초·중반을 회복한 뒤 87달러선에 근접한 상태다.
최근 금과 은은 모두 변동성을 보이면서도 방향성에서는 대체로 동반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주 금이 5300달러 안팎에서 5000달러 아래까지 급히 밀린 뒤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은은 90달러선에서 78달러 부근까지 조정받은 뒤 점진적으로 반등 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금이 안전자산 성격이 강해 글로벌 정치·금융 불확실성에 주로 반응한다면, 은은 태양광·전자·산업재 등 제조업 수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기와 산업 사이클의 영향을 함께 받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는 9일(현지시간) 472.53달러에 마감해 전일 종가 473.51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주 초 490달러선에서 460달러대 중반까지 조정을 받았던 뒤 470달러 안팎에서 숨고르기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은 ETF인 iShares Silver Trust(SLV)는 78.2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전일 75.94달러 대비 추가로 상승했다. 지난주 71달러대 저점을 찍은 뒤 닷새 연속 우상향하며 현물 은 가격 반등 흐름이 ETF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최근 금 시장 배경에는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대미 제재 리스크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0년간 각각 1250톤 안팎의 금을 순매수하며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해외 자산을 동결한 조치가 계기가 되면서, 양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수단으로 금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시장에서는 미국 재무부와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가 러시아 금에 이어 중국산 금에 대해서도 ‘굿 딜리버리’(Good Delivery) 인증을 제한하고, 2026년부터 출처 투명성 강화 로드맵을 시행하기로 한 점도 금 유동성에 대한 잠재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
현물 가격과 ETF 가격 흐름을 함께 보면 실물 수급과 금융시장 내 투자 심리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주 초 현물 금·은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동안 GLD와 SLV 가격도 동시에 약세를 보였고, 이후 반등 국면에서 둘 다 회복세를 이어가는 구도다. 다만 ETF는 장중 거래와 프로그램 매매 영향으로 거래량과 가격 변동이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현물 시장은 실물 인도와 장외 거래를 포함해 보다 완만한 조정 과정을 거치는 차이가 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추세도 시장 정조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거론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중앙은행이 3년 연속 연간 1000톤이 넘는 금을 순매수한 것은 달러 자산 편중에 대한 경계와 미국 제재 리스크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인도·튀르키예·폴란드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 비중을 늘리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금이 외환보유 포트폴리오의 안전판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통화 환경 측면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관세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금 관련 제재 조치 등 복합적인 이슈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1조달러 수준에서 7600억달러대로 줄이고 금을 늘려 온 점, 중국·러시아가 금을 매개로 한 통화·결제 협력을 강화하는 흐름 등은 달러 중심 국제금융 질서에 대한 경계 심리를 반영하는 사례로 소개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금·은 가격은 방어적 심리와 위험자산 조정 기대가 교차하는 구간에서 거래량이 다소 줄어든 채 방향성을 탐색하는 양상이다.
시장 전반으로 보면 금은 지정학·제재 리스크를 의식한 안전자산 선호를, 은은 산업·투기 수요가 결합된 가격 회복을 각각 보여주는 국면으로 정리된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원으로 주어지는 가정에서 보면, 달러 표시 가격 변동이 곧바로 원화 가치 변화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금·은 가격 등락이 체감되기 쉬운 환경이다.
금과 은은 글로벌 금리, 환율, 중앙은행 정책, 전쟁과 제재를 포함한 정치·지정학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분류된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변수의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관련 동향과 정책 논의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