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대형 저축은행들의 신용대출은 잔액이 줄어드는 반면 대출자는 늘고 연체율은 오르면서 건전성이 악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중대형 저축은행 31곳의 올해 1분기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25조6천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7천6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차주 수는 207만4천명으로 8만8천명 늘었고, 평균 연체율은 6.93%로 0.54%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총량은 줄었지만 더 많은 사람이 더 작은 규모로 돈을 빌리고, 그 과정에서 상환 부담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27일 시행된 대출규제로 신규 대출이 위축된 데다 기존 대출 상환과 부실채권 매각이 겹치면서 잔액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고 본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대출 축소보다 자산건전성 저하 신호로 읽힌다. 조사 대상 31개사 가운데 11개사는 대출 잔액이 줄었는데도 연체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저축은행은 은행권보다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불안정한 차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경기와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묶이면서 신규 대출 규모는 줄었지만, 이미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의 상환 여력은 더 약해져 연체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 비중 확대가 두드러진다. 저축은행 신용대출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전체 잔액의 27%, 전체 차주의 26%였는데 2025년 말에는 각각 34%, 32%로 높아졌다. 특히 50대는 2021년 말 대출 잔액 5조9천400억원, 차주 수 34만7천명에서 2025년 말 7조2천100억원, 50만7천명으로 증가했고, 연체율도 4.46%에서 6.66%로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잔액이 7조800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차주 수는 51만3천명으로 더 늘었고 연체율은 7.14%까지 상승했다. 60대 이상도 2021년 말 1조1천200억원, 10만명에서 2025년 말 1조7천300억원, 15만5천명으로 늘었고, 연체율은 6.00%에서 8.01%로 높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잔액 1조7천500억원, 차주 수 15만6천명, 연체율 8.56%를 기록했다. 고령층에서 대출 이용과 부실이 함께 늘고 있다는 뜻이다.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생계형 자금 수요 확대와 고금리 장기화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50대와 60대 이상은 자영업 비중이 높고,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뒤 소득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아 경기 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생활비나 사업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차입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저축은행도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시중은행과 달리 채권 발행 같은 시장성 조달이 쉽지 않아 정기예금과 적금 등 수신에 의존하는 구조인데,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먼저 뛴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 규제와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하면 이를 대출금리에 모두 반영하기도 어렵다.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점도 부담을 키우는 변수다. 금리가 더 오르면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은 늘고, 차주가 실제로 갚아야 할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상환 여력이 취약한 한계 차주부터 연체와 부실 위험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과 업계에서 취약 차주 보호를 위한 선제적 금융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리와 경기 상황에 따라 저축은행권의 건전성 관리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