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전자등록 방식으로 관리하는 증권자산 규모가 2026년 4월 말 1경1천65조원으로 집계되면서 처음으로 1경원을 넘어섰다. 전자등록자산은 실물 증권 대신 전산 시스템에 권리관계를 기록해 관리하는 자산으로, 주식과 채권, 집합투자증권 등 자본시장법상 대부분의 증권을 포괄해 국내 자본시장의 외형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여겨진다.
한국예탁결제원이 4일 공개한 수치를 보면 자산별 규모는 주식이 6천622조원으로 가장 컸고, 채권 2천854조원, 집합투자증권 1천288조원, 파생결합증권 168조원, 단기금융투자상품 133조원 순이었다. 상장 주식과 채권, 주식워런트증권, 상장지수증권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그 밖의 증권은 액면가 기준으로 집계되며, 집합투자증권은 순자산가치(NAV)를 반영한 순자산총액 기준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 항목에 포함된다.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2019년 9월 16일 전자증권법 시행 이후 전자등록자산은 같은 해 9월 말 4천780조원에서 7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다만 과정이 일직선은 아니었다. 2021년 6천110조원에서 2022년 5천572조원으로 줄어든 뒤 2023년과 2024년에는 6천조원대에서 큰 폭의 변화 없이 움직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8천589조원으로 한 해 동안 2천176조원 늘었고, 올해는 4개월 만에 다시 2천476조원이 증가해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폭을 넘어섰다. 이는 최근 자산가격 상승과 시장 체력 회복이 통계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예탁결제원은 최근의 급증 배경으로 정부의 이른바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 노력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대표되는 우호적인 대외 여건을 꼽았다. 쉽게 말해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완화하려는 정책 기조와 주요 수출 산업의 실적 기대가 맞물리면서 상장증권의 시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전자증권시스템의 안정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상장회사의 자발적 제도 참여를 유도했으며, 새로운 형태의 증권까지 전자등록 대상으로 받아들인 점도 규모 확대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이번 1경원 돌파를 두고 한국 자본시장의 재평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전자등록자산은 단순한 보관 수치가 아니라 시장 신뢰, 기업가치 상승, 제도 인프라 정비가 함께 작동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증시 여건과 금리 환경, 기업 실적,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어떻게 이어지느냐에 따라 추가 확대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