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생산적 금융이 실제로는 담보와 보증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산업 전략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 현장에서는 여전히 상환 안정성을 우선 따지는 관행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집행했거나 약정한 중소기업 대출은 모두 42조6천5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담보대출은 25조7천359억원으로 전체의 60.3%였고, 보증기관 보증을 바탕으로 한 보증대출은 7조7천663억원으로 18.2%였다. 두 항목을 합치면 33조5천22억원으로 전체의 78.5%에 달한다. 반면 신용대출과 기타대출은 9조1천557억원으로 21.5%에 그쳤다. 생산적 금융이란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 산업 파급효과를 보고 자금을 공급하자는 취지인데, 실제 대출 구조는 전통적인 담보 중심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은행별로 봐도 흐름은 비슷했다. A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11조7천250억원 가운데 담보대출이 7조9천215억원, 보증대출이 2조967억원으로, 담보·보증 비중이 85.4%로 가장 높았다. B은행은 84.9%, C은행은 81.8%였고, 나머지 두 은행도 각각 74.0%, 71.0%로 모두 70%를 넘겼다. 결과적으로 5대 은행 모두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이 30%를 밑돌았고, 가장 낮은 곳은 14.6%, 가장 높은 곳도 29.0%에 머물렀다. 이는 담보력이 약하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짧은 중소기업일수록 대출 문턱을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기업 대출은 중소기업과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준으로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총액은 30조6천719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담보대출은 6조2천347억원으로 20.3%, 보증대출은 9천750억원으로 3.2%였다. 담보·보증대출 비중은 23.5%로, 중소기업 대출보다 50%포인트 이상 낮았다. 반면 대기업 신용대출은 23조4천622억원으로 전체의 76.5%를 차지했다. 개별 은행별 대기업 담보·보증대출 비중도 15.8~39.2% 수준에 머물렀고, 일부 은행은 대기업 대출의 84% 안팎을 신용대출로 취급했다. 같은 은행이 중소기업에는 담보·보증대출을 80% 넘게 내주면서, 대기업에는 비슷한 비율로 신용대출을 공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같은 실적은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은행권에 담보와 보증 위주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와 전략산업, 수출 현장에 자금을 공급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진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정부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 영업 행태는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담보력이 부족하거나 거래 이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자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아 생산적 금융의 본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은행권은 대출 확대와 자산 건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와 함께 일정 수준의 담보 확보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고, 담보력이 부족한 우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보증기관과 협약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책금융과 보증제도 보완, 은행의 신용평가 방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실제 생산적 금융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