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에이비피(ABP)가 6개월 동안 미국 자산 보유액을 약 250억유로 줄이고 유럽 채권 쪽으로 자산 배분을 옮겼다. 미국 자산 전면 이탈이라기보다 새 연금제도 전환과 유로 표시 국채 선호가 맞물린 조정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는 에이비피의 2026년 3월 말 미국 국채 보유액이 46억유로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25년 9월 190억유로, 2025년 3월 290억유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보유액도 줄었다. 에이비피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2026년 3월 말 1018억유로로, 6개월 전보다 100억유로 감소했다. 엔비디아($NVDA), 마이크로소프트($MSFT), 애플 등 미국 대형 기술주 비중이 낮아진 점도 함께 확인됐다.
NOS는 일부 주가 변동만으로는 보유액 감소 폭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250억유로 이동은 현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확정치라기보다 보유자산 가치 변화와 매매가 함께 반영된 수치로 봐야 한다.
에이비피는 미국 국채 축소 배경으로 외화 표시 채권보다 유로존 국채가 더 매력적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자산 회피만으로 읽기보다 통화, 금리, 제도 변화가 결합된 장기 자산배분 조정에 가깝다.
에이비피는 정부와 교육 부문 근로자의 연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2026년 1분기 말 자산은 5300억유로였고, 2분기에는 5680억유로로 늘었다. 에이비피 재무 대시보드에는 2026년 7월 기준 자산 5540억유로, 부채 4300억유로, 현재 적립비율 128.7%가 표시됐다.
적립비율은 연기금이 장래 연금 지급 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보유 자산이 부채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며, 연금제도 전환 과정에서는 지급 여력과 배분 가능한 금액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에이비피는 새 연금제도 안내 문서에서 2027년 1월 1일 새 네덜란드 연금제도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제도에서는 투자 수익과 시장 변동이 현재보다 더 직접적으로 연금에 반영된다.
에이비피는 2026년 7월 10일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으로부터 새 연금제도 전환 승인을 받았다. 전환 시 배분 가능한 금액은 2026년 12월 31일 적립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은 2026년 3월 31일 통계 자료에서 네덜란드 연기금 전체가 2025년에 미국 증권 300억유로를 순매도하고 유럽 채권 270억유로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유럽 채권 매수 중 국채가 200억유로였고, 독일과 스페인 국채 선호가 두드러졌다.
DNB의 통계는 에이비피의 움직임이 단일 기관의 예외적 판단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연기금 전반에서 미국 증권을 줄이고 유럽 채권을 늘리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기술주 집중도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DNB는 2025년 12월 네덜란드 금융기관과 연기금이 변동성이 큰 기술주에 2000억유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비피의 미국 대형 기술주 축소는 이런 집중도 점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로이터(Reuters)는 2026년 1월 에이비피의 미국 국채 축소를 보유 감소와 가치 하락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에이비피는 당시 세부 거래 설명을 아끼면서 국가의 펀더멘털과 전망을 함께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배치는 한국 투자자에게도 금리와 달러 자산 쏠림을 보는 참고 사례가 된다. 대형 연기금이 미국 국채와 기술주 비중을 낮추고 유럽 채권을 늘린 것은 위험자산 가격 전망보다 제도 변화, 환위험, 자산배분 기준이 결합된 결정으로 읽힌다.
에이비피의 다음 기준점은 2026년 12월 31일 적립비율이다. 이 수치가 2027년 1월 1일 새 연금제도 전환 때 배분 가능한 금액을 좌우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