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갈바트론(Johnny Galvatron)이 이끄는 인디 게임 스튜디오 ‘베토벤 & 다이노소어(Beethoven & Dinosaur)’는 그들의 두 번째 작품 ‘믹스테이프(Mixtape)’로 다시 한 번 음악과 내러티브 중심 게임의 매력을 선보인다. 전작 ‘아트풀 이스케이프(The Artful Escape)’를 만드는 데 무려 6년이 걸렸다면, 이번 작품은 2년 반 만에 개발됐다. 하지만 갈바트론은 두 게임이 공통적으로 음악에 기반한 정서 전달에 집중한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믹스테이프’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는 십대 세 명의 마지막 하루를 따라가는 감성적인 어드벤처 게임이다. 지난 6월 미국 LA에서 열린 ‘서머 게임 페스트 2025(Summer Game Fest)’에서 공개된 데모에서는 플레이어가 이들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음미하며 따라간다. 첫 장면에서는 ‘Big Suck’이라는 마을의 언덕길을 스케이트보드로 내려오는 장면부터 시작되며, 플레이어는 스케이팅을 직접 조작하게 된다. 그 위에는 디보(Devo)의 음악이 흐르며, 게임 전반에 걸쳐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이기 팝(Iggy Pop),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등 1990년대와 2000년대 록 음악이 감성을 더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는 두 십대가 키스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플레이어는 등장인물의 혀를 조작해 키스의 리듬을 적절하게 맞춰야 하는데, 갈바트론은 이 장면을 두고 “모두가 보고 웃을 수 있는 장면”이라며 제작 의도를 전했다. 데모를 시험해 본 많은 유저들 역시 이러한 엉뚱한 디테일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바트론은 이 게임을 개발하며 트리플A 게임 스튜디오처럼 스타일을 먼저 만든 것이 아니라, 소규모 개발팀 구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트 디렉션과 음악, 게임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팀의 역량에서 출발해 전체 게임의 컨셉을 정립한 것이다. 그는 “인디 게임은 팀 구성에서부터 예술적 정체성을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만의 분위기와 색을 갖기 위해 서사와 감정, 그리고 음악적 흐름에서 모든 요소를 맞춰나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믹스테이프’는 구조 면에서도 여느 게임과는 다르다. 복잡하거나 극적인 플롯보다는 음악적 감흥과 순간을 나열한 짧은 이야기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플레이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갈바트론은 이를 두고 “일종의 음악 앨범처럼 느껴지게 만들고자 했다”며 “감정을 기반으로 한 곡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배치해 나갔다”고 말했다.
선곡 과정에서는 갈바트론 본인의 음악적 취향이 전체 흐름을 지배했다. 그는 “모든 곡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로만 구성됐다”며 “핑크 플로이드처럼 쉽지 않은 곡은 애초에 시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임 내 주인공도 실존 음악에 집착하는 성격으로 설정돼, 그녀의 설명을 듣다 보면 마치 VH1의 음악 프로그램을 연상케 할 정도다. 덕분에 게임은 꾸며낸 사운드트랙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퍼블리셔인 아나푸르나 인터랙티브(Annapurna Interactive)는 이번에도 베토벤 & 다이노소어의 작품에 손을 내밀었다. 이미 첫 작품에서 신뢰를 쌓은 덕분에, 초기 개발 단계였던 ‘수평적 슬라이스(horizontal slice)’만으로도 이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지지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 역시 ‘Day of the Devs’와 ‘트라이베카 게임 페스티벌’에 정식 초청받으며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전체 팀 규모는 12명에 불과했지만, 갈바트론은 이를 꼭 단점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소수 인력이지만 집중력 높은 스튜디오 작업처럼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AI가 아직 도움을 주진 않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창작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믹스테이프’는 PC,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S로 출시 예정이며,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첫날부터 이용 가능하다. 현실을 넘나들며 추억의 음악과 함께 십대의 마지막 하루를 돌아보는 이 감성적인 게임은,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자극한다. 게임과 음악이 공존하는 이 장르를 사랑하는 유저라면 반드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