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Ethereum)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노리는 시장에 기술적·경제적 난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부테린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재의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이 안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진정한 금융 혁신을 위해 해결해야 할 ‘세 가지 미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 숙제 1: '미 달러화(USD)' 페깅의 딜레마
현재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Pegging)한다. 이는 사용 편의성을 높이지만, 부테린은 이를 장기적인 리스크로 지목했다. 탈중앙화를 외치면서 정작 그 가치는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의 화폐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다는 모순이다.
부테린은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를 추종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국가 수준의 회복탄력성을 가지려면 달러 의존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수십 년 내 미국 달러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금융 제재가 가해질 경우, 이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역시 공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안으로 단순 달러 추종을 넘어 소비자물가지수(CPI)나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 바스켓을 추종하는 새로운 가치 저장 모델을 제안했다.
◇ 숙제 2: 외부 데이터(오라클)의 보안 취약점
두 번째 과제는 블록체인 외부의 정보를 내부로 가져오는 장치인 '오라클(Oracle)'의 보안 문제다.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담보물의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라클에 의존한다.
문제는 거대 자본이 마음먹고 오라클 데이터를 조작하려 할 때 발생한다. 부테린은 "공격자가 오라클을 조작해 얻는 이익보다 조작 비용이 더 많이 들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손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시스템 복잡도가 증가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숙제 3: "이더리움 이자보다 낫나?"...수익률 경쟁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투자 매력도다. 이더리움이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 투자자들은 단순히 이더리움(ETH)을 보유하고 예치(스테이킹)하는 것만으로도 연 3~4%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복잡한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에 자산을 맡길 유인이 줄어든 셈이다. 부테린은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이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익률 이상의 매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자금은 자연스럽게 더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테라 사태처럼 지속 불가능한 고수익을 미끼로 내거는 방식은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 "지속 가능한 모델 증명해야"
업계에서는 부테린의 이번 발언을 두고 "암호화폐 기반 금융(DeFi)이 ‘테라의 악몽’을 넘어 성숙기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 검증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중앙화된 주체(테더, 서클 등)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알고리즘과 코드만으로 작동하는 탈중앙화 화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시도를 넘어 거시경제적 안정성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