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웹3의 기존 구조가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한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에 대한 현장 기록이다.
1. 왜 전환점을 맞은 프로젝트를 인수했나
클레바(KLEVA)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프로젝트였다.
Klaytn 생태계의 레버리지 이자 농사 프로토콜로 출발한 클레바는 전성기에 수억 달러 규모의 TVL을 관리했고, 의미 있는 온체인 수수료도 발생했다. 외형만 보면 "성공적인 디파이 프로젝트"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동성 인센티브가 줄고 토큰 가격이 조정되자, TVL은 전통적인 비즈니스와는 다른 속도로 재편됐다. 커뮤니티 활동이 줄었고, 온체인 트랜잭션도 감소했다. 시장의 서사(narrative)가 걷히고 남은 것은 명확한 과제 하나였다.
"자생적 매출 구조가 필요한 인프라 비즈니스."
바로 그 시점에 클레바를 인수했다.
외부에서는 의외의 결정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봤다. 검증된 온체인 인프라, 안정적인 스마트컨트랙트 코드, 그리고 "이 모델이 왜 지금의 구조에 머물러 있었는가"에 대한 정직한 데이터. 구조적 과제의 지도가 이미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서 다른 방향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2. 레버리지 일드 파밍 구조의 구조적 한계
인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이었다.
클레바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대부분의 웹3 프로젝트는 세 가지 공통 가정 위에 서 있었다. 토큰 가격은 장기적으로 오른다. 높은 APR이 사용자를 붙잡아 둔다. 메이저 CEX 상장이 곧 성공의 증거다.
이 세 가지 가정이 동시에 흔들리자, 그 위에 쌓인 구조 전체가 함께 흔들렸다. 사용자의 상당수는 수익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 자금이었다. APR이 높은 곳이면 어디든 이동했고, 장기적인 제품 충성도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실물 경제의 일상적 금융 행동—상거래, 결제, 정기 구독—과의 접점도 거의 없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토큰 발행과 가격 흐름을 제외하면 자생적 수익을 만드는 구조가 부재했다.
이 분석이 새로운 방향성인 '티클리' 설계의 출발점이 됐다. 기존 레버리지 일드 파밍 구조의 한계를 역으로 설계하면, 지속 가능한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3. CEX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
CEX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CEX에 끌려다니지 않는 구조는 만들 수 있다.
토큰 가격 방어와 마켓메이킹에 자원을 집중할수록, 프로젝트는 정작 중요한 제품 개발과 실사용자 확보에서 멀어진다. CEX를 "전략의 중심"이 아닌 "검증된 비즈니스에 결과적으로 붙는 유통 채널"로 재정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한 세 가지 현실적인 루트가 있다.
1) TGE 타이밍을 늦춰라
토큰 발행(TGE)과 동시에 메이저 CEX 상장을 목표로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사용자·매출·최소한의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된 이후로 토큰 발행 시점을 조정하고, 그 전까지는 DEX 중심 유통과 제품 개발·사용자 확보에 집중한다.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작동하기 때문에 상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2) DEX를 1차 상장소로 정의하고, POL로 유동성 자립하라
가격 발견과 유동성의 중심을 DEX로 이동시킨다. 팀·재단이 직접 관리하는 프로토콜 소유 유동성(POL)을 운영해 기본 유동성 바닥을 확보한다. 프로토콜 자체가 유동성을 소유하면, 외부 마켓메이커 의존도를 낮추고 운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온·오프램프를 규제된 금융 인프라와 직접 연결하라
규제가 정비된 관할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온·오프램프 사업자와 연결하면, 사용자는 CEX를 경유하지 않고도 법정화폐↔온체인 자산 전환이 가능하다. 사용자 경험에서 CEX라는 단계 자체를 간소화할 수 있다.
4. 클레바의 경험 위에서 던진 질문
인수 후 하나의 질문을 반복했다.
"실제 경제 활동과 연결되지 않은 웹3 인프라가, 과연 온전히 지속될 수 있을까?"
클레바는 탄탄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 인프라가 투기적 이자 농사라는 단 하나의 유스케이스에 집중돼 있었다. 시장이 그 유스케이스에서 멀어지자, 인프라 전체의 활용 범위가 좁아졌다.
해답은 방향의 전환에 있었다. 토큰과 거래소가 아닌, 실물 경제의 실제 거래와 연결되는 인프라. 그것이 PayFi(페이파이)였고, 티클리(Tikkly) 설계의 핵심 원칙이 됐다.
기존 웹3·디파이의 질문이 이랬다면:
"어떤 토큰을 발행할까?"
"APR을 어떻게 최대화할까?"
"어느 거래소에 상장해서 유동성을 끌어올까?"
티클리에서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다:
"어떤 실물 자산과 행동에 직접 연결할 수 있을까?"
"이미 존재하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자원을 안정적인 금융 가치로 바꿀 수 있을까?"
"매출·사용자·현금 흐름을 기준으로 인프라를 설계할 수 있을까?"
5. 티클리: '보이지 않는 자산'을 여는 PayFi 플랫폼
티클리(Tikkly)는 포인트·마일리지·평판(reputation) 같은 '보이지 않는 자산'을 토큰화하고 수익화해, 즉시 결제 가능한 수익형 자산으로 전환하는 PayFi 기반 플랫폼이다. 클레바가 "투기적 유동성"에 집중돼 있었다면, 티클리는 "일상적 경제 활동"과의 연결을 목표로 한다.
핵심은 세 단계다. 첫째, 각종 리워드 포인트·항공 마일리지·멤버십 크레딧 등 사용자가 이미 보유한 비현금성 잔액을 집약(Aggregate)한다. 둘째, 이를 높은 변동성 없이 즉시 결제 가능한 안정적 자산으로 전환(Convert)한다. 셋째, 전환된 자산을 엄선된 디파이 및 실물자산(RWA) 상품에 자동 배분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Allocate)시킨다.
사용자가 체감하는 것은 단순하다.
"잠들어 있던 포인트가, 실제 수익이 나는 자산이면서 동시에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됐다."
과거의 유사한 포인트 토큰화 시도들은 두 가지 과제를 넘지 못했다. 사용자에게 지갑과 토큰 개념 학습을 요구하거나, 결제 가능한 실제 서비스와 연결되지 않은 채 '투자 상품'으로만 포지셔닝했다. 티클리는 웹3 인프라를 백엔드 레이어로 두고, 프론트에서는 기존 서비스 이용 경험과 동일하게 유지한다. 클레바의 경험에서 확인한 핵심 원칙—"사용자는 인프라보다 가치에 반응한다"—이 설계 전반에 반영됐다.
6. 실제 적용 사례: 달콤소프트와 토큰포스트
PayFi는 개념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실제 파트너와의 적용이 있어야 증명된다.
달콤소프트: 7,700만 다운로드 게임 포인트를 '움직이는 자본'으로
달콤소프트는 K-POP 아티스트 IP 기반 모바일 리듬 게임 'SuperStar' 시리즈로 잘 알려진 회사다. JYP, STARSHIP, WAKEONE 등 약 20여 개 기획사, 400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왔고, 전 세계 126개국에서 누적 7,7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글로벌 플레이어다.
이 규모는 곧 막대한 양의 게임 내 포인트와 유휴 크레딧이 전 세계 유저 계정에 누적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 포인트 부채 규모가 약 5조 원으로 추정되는 시장에서, 이 잠재 자산을 어떻게 활성화하느냐는 기업과 사용자 모두의 과제다.
2026년 3월, 수호아이오·달콤소프트·NOONE21은 티클리 솔루션을 활용한 게임 포인트 자산화 및 전환 인프라 구축을 위한 3자 MOU를 체결했다. 현재는 API 연동 및 파일럿 검증 단계이며, 향후 2년간 구체적인 사업화 가능성을 공동 검증할 계획이다. 게임 포인트를 PayFi 자산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레퍼런스 케이스로서, 업계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큰포스트: 미디어 참여 행동을 수익형 자산으로
토큰포스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전문 미디어로, 일간 수십만 명 수준의 방문자와 누적 수백만 명 규모의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사용자의 참여 데이터—기사 조회, 댓글, 공유, 커뮤니티 기여도—는 대부분 가시화되지 않은 자산으로 남아 있다. 티클리는 이 '미디어 참여 자산'을 PayFi 레이어 위로 끌어올리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뉴스 사이트를 보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일상적 행위를 할 뿐이지만, 그 보상의 내부 정산·운용·수익화는 티클리 인프라 위에서 자동으로 처리된다.
두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
달콤소프트와 토큰포스트는 업종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티클리와 함께 설계하는 구조는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한다.
"이미 존재하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던 '보이지 않는 자산'을, PayFi 레이어 위에서 수익형 디지털 자산으로 재구성한다."
클레바가 집중하지 못했던 영역—실물 경제와의 접점—을 티클리가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7. 프로토콜이 스스로 지속되는 구조: 토크노믹스와 커뮤니케이션
앞서 다룬 TGE 타이밍, POL, 온·오프램프 전략이 "CEX 의존에서 벗어나는 루트"라면, 다음 두 가지는 프로토콜이 장기적으로 자생하기 위한 내부 설계 원칙이다.
전략 1: 토크노믹스를 '프로토콜 지속성' 중심으로 설계하라
프로토콜 매출→토큰 바이백/스테이킹 수익→토큰 가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 토큰 가치가 CEX 오더북보다 프로토콜의 실제 P&L에 연동되도록 만든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내생적 가치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전략 2: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을 전환하라
"어느 거래소에 상장했느냐" 대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어떤 매출과 사용자를 만들어내고 있느냐"를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둔다. 비즈니스의 실체를 앞세우는 커뮤니케이션이, 장기적으로 더 탄탄한 커뮤니티와 파트너십을 만든다.
8. 이 경험에서 확인한 세 가지 원칙
클레바의 구조를 분석하고 티클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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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없이는 어떤 인프라도 온전히 작동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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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용자가 없는 인프라는 잠재력에 머물 뿐,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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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사이클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바뀐 것은 웹3의 장기적 잠재력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바뀐 것은 어디에서 진짜 가치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관점이다.
다음 유망 토큰을 내놓는 경쟁이 아니라, 실제 경제 활동과 연결된 탄탄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쟁으로 전장이 이동하고 있다. 그 인프라가 성숙할수록, CEX는 점점 더 "있으면 좋은 유통 채널"로 자리를 찾아가고, 웹3 인프라는 인터넷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작동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웹3에 미래가 있다면, 그 모습은 화려한 앱보다는 조용하고 견고한 레일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 수익, 그리고 시장 사이클과 무관하게 존재 가치가 유지되는 사용자 가치. 클레바의 인수와 티클리의 설계라는 선택을 통해, 그 방향이 PayFi에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