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3일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으로 중동의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데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이동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공급 불안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08달러로 전장보다 1.05%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73.21달러로 0.88%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되기 전날인 2월 27일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3월 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시장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재개 흐름이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사실상 필수 통로여서, 이곳에서 차질이 생기면 국제유가는 곧바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이날 초대형 유조선 3척이 해협을 통과했고, 일부 선박은 그동안 꺼두던 위성 추적 신호를 다시 켠 채 항로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는 걸프 해역에 묶여 있던 선박 수백 척과 선원 1만1천명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시키는 대규모 작전에도 착수했다.
공급 측면의 불안이 누그러진 배경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유예도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해 60일간 제재 유예를 발표하면서, 이란산 원유가 당장 시장에서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약해졌다. 원유 시장은 실제 공급량 변화뿐 아니라 향후 차질 가능성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협상 진전과 제재 완화 신호가 함께 나오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유가 하락세가 곧바로 안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안에 지뢰가 남아 있을 가능성, 항만시설 훼손, 보험료와 운송비 상승 같은 문제는 여전히 원유 수송 정상화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시장 흐름은 해협 통과 물동량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 그리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실제 공급 확대와 항로 안전 확보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