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6년 6월 23일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락한 것은 뚜렷한 대외 악재보다 최근 반도체와 인공지능 중심으로 쏠렸던 자금이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수급 불안이 증폭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 9.99% 내린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주요 증권사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상승폭이 컸던 만큼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던 매수세가 되돌려지며 충격이 커졌다고 봤다. 특히 외국인 매도와 함께 현물·선물 시장의 매도 압력이 겹쳤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특정 종목 움직임을 몇 배로 추종하는 상품)와 인버스 상품이 장중 변동성을 더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기업 실적이나 산업 기반이 무너진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인공지능 과잉 투자 우려, 금리 상승 부담에 더해 숏 감마 같은 일시적 수급 요인이 겹치며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숏 감마는 옵션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 변동에 대응해 기계적으로 매매를 늘리면서 주가 등락이 더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급락은 외부 충격보다 국내 시장 내부의 쏠림 부작용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수급 여건이 약해졌다는 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린 배경으로 꼽힌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7조2천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투자자 예탁금도 139조7천억원에서 129조4천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연기금 자산 재조정, 즉 리밸런싱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추가 매수 주체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전날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며 반도체주 과열 인식이 강해졌고, 해외에서는 나스닥 선물 약세와 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부진도 투자심리를 눌렀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미실현 이익 과세 가능성이 거론된 점 역시 심리적인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언급됐다.
다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은 이번 급락이 곧바로 추세 반전이나 장기 침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쪽에 가깝다. 반도체 업종의 실적 창출력과 인공지능 투자 확대라는 큰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실적과 향후 전망치,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흐름 같은 지표가 시장 안정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단기 변동성을 남길 수 있지만, 기업이익 개선이 계속 확인된다면 시장은 수급 충격을 소화한 뒤 다시 실적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