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디지털자산 투자사기와 사이버 기반 금융범죄를 겨냥한 국제 공조 협정을 맺었다.
미국 법무부는 워싱턴DC 연방검찰청 산하 스캠센터 스트라이크포스가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검찰청(CPS), 국가범죄청(NCA)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협약을 디지털자산 투자사기와 사이버 기반 투자사기를 벌이는 해외 사기 거점을 겨냥한 첫 국제 공조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협약에는 그레임 비거(Graeme Biggar) 영국 국가범죄청장과 스티븐 파킨슨(Stephen Parkinson) 잉글랜드·웨일스 검찰청장이 서명했다.
협약에 따라 양국 수사기관은 수사 대상이 겹치는 사건에서 병행 수사를 진행하고 조직범죄 네트워크 정보를 공유한다. 사건별로 어느 국가에서 기소할지도 함께 협의한다. 양측은 이미 상당수 사건에서 수사 대상이 겹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업무협약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과 달리 기관 간 협력 방식과 정보 공유 범위를 정하는 합의 문서다. 국가 간 수사 공조에서는 통상 정식 조약 체결에 앞서 정보 교환과 병행 수사의 틀을 먼저 마련하는 단계로 이런 협약이 활용된다.
오는 10월 초 영국 런던에서는 국가범죄청 주관으로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합동 대응 행사가 열린다. 온라인 계정과 통신 인프라를 차단하고 범죄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해 사기 조직의 운영 기반을 압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양국이 공조를 강화한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난 사기 피해가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산하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는 사이버 기반 투자사기 신고 피해액이 2023년 45억7000만달러(약 6조1786억원)에서 2025년 86억5000만달러(약 11조6948억원)로 늘었다고 밝혔다. 2년 새 89% 증가한 수치다.
IC3는 FBI 산하에서 인터넷 기반 사기·해킹 피해 신고를 접수해 통계를 집계하고 관련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관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법무부는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당국은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중국계 초국경 조직범죄 네트워크를 주요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 조직은 디지털자산 투자사기와 자금세탁을 벌이는 동시에 인신매매 피해자를 범죄에 강제로 동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법무부는 이런 조직이 인신매매로 끌려온 피해자를 사기 행위에 강제 동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범죄를 강요당하는 구조여서 국제 사법공조와 함께 피해자 보호 문제도 뒤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스캠센터 스트라이크포스를 출범시키고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IRS-CI), 국토안보수사국(HSI)을 수사망에 합류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올해 3월 사이버범죄와 해외 사기조직 대응을 우선 과제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닌 페리스 피로(Jeanine Ferris Pirro) 워싱턴DC 연방검사는 "영국은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자 파트너 중 하나"라며 "초국경 조직범죄에 맞서 양국이 함께 사기 조직의 거점을 무력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 체계를 실제 수사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이번 협약의 다음 시험대다.
미국과 영국은 앞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토큰화를 놓고도 디지털자산 감독 공조를 확대해온 바 있다. 두 나라 재무부와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준비자산과 상환 기준, 국경 간 지급 로드맵 등을 조율해왔다.
국제 공조를 통한 사기 조직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터폴도 앞서 잭칼 4차 작전에서 58명을 체포하고 서아프리카 조직범죄 네트워크를 겨냥한 국제 공조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의 이번 협약이 실제 기소와 자산 압수로 이어질지는 10월 초 런던에서 열리는 합동 대응 행사 이후 판가름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