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인텔(INTC)에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투자하며 양사가 새로운 반도체 협력 관계를 맺는다고 발표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서버용 AI 인프라부터 소비자용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칩 공동개발을 포함한다.
이번 협업을 통해 인텔은 엔비디아 GPU와 최적화된 맞춤형 CPU를 서버용으로 설계하고,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GPU 칩렛이 탑재된 새로운 시스템온칩(SoC)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양사 주가는 동반 상승했으며, 인텔은 20% 넘게 급등했고 엔비디아 역시 3.8% 상승했다.
실리콘앵글미디어 공동 창업자이자 더큐브리서치 최고 애널리스트인 데이브 벨란테는 “이번 거래에서 엔비디아가 얻는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이 협업의 본질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파트너십은 엔비디아가 인텔 PC 생태계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동시에 하이브리드 CPU/GPU 구조를 통한 AI 엔터프라이즈 확대 전략에도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벨란테는 엔비디아의 투자금이 인텔의 근본적인 최대 과제인 파운드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50억 달러는 유의미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의 생산능력 확대나 웨이퍼 납품 계약 형태가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는 엔비디아 GPU와 인텔 CPU가 PCIe 인터페이스를 통해 연결되고 있으나, 양사는 앞으로 이를 엔비디아의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인 NVLink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NVLink는 PCIe보다 10배 이상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제공하며, 이번 협업을 통해 이를 엔비디아-인텔 조합 서버에도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기는 셈이다.
인텔이 설계하는 맞춤형 CPU는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플랫폼, 특히 DGX 시리즈 시스템에 탑재된다. 엔비디아는 최대 72개의 GPU와 36개의 ARM 기반 Grace CPU로 구성되는 자사 최고 사양 AI 시스템 DGX GB300에 이 칩을 적용할 계획이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서 “우리는 인텔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며, 인텔에서 공급받은 CPU를 자사 제품에 통합해 시장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자체 CPU도 계속 개발 중이라고 강조하면서, 차세대 Grace 후속 칩 ‘Vera’와 새로운 CPU 제품군 ‘N1’을 순차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N1은 DGX 스파크(Spark)라는 컴팩트한 AI 개발용 워크스테이션의 핵심 칩이 될 전망이다.
컨스텔레이션리서치의 홀거 뮐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로서는 CPU 부족이라는 포트폴리오의 빈틈을 메운 전략적 움직임”이라며 “이제 인텔 기반 서버 인프라 안으로 보다 깊게 침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과거 HPE 등과의 제휴에 의존했던 엔비디아가 이제는 인텔과의 더 강력한 연결고리를 확보한 것”이라며 CxO들에게 설치형 인프라 잠재력을 주목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용 시장에서도 양사 협업은 본격화된다. 인텔은 엔비디아 RTX 시리즈 GPU 칩렛을 탑재한 PC용 SoC를 출시할 예정이다. RTX 칩은 현재 AI 기능과 고성능 그래픽 처리를 위해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용 블랙웰 아키텍처 기술까지 적용된다.
엔비디아는 인텔의 주식을 주당 23.05달러에 매입할 계획인데, 이는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5%가량 할인된 수준이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엔비디아는 인텔 지분 약 4%를 확보하게 돼, 주요 주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