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엔티티데이터그룹이 인공지능 수요 급증에 맞춰 2033년까지 최소 1조5천억엔을 들여 컴퓨팅 용량을 현재의 4배 수준인 1기가와트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성형 인공지능 확산 이후 학습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대규모 전력과 서버 인프라를 갖춘 데이터센터 투자가 일본에서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블룸버그통신이 8월 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엔티티 자회사 엔티티데이터는 앞으로 7년간 약 750메가와트 규모 용량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엔비디아 가속기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 비용을 제외하고도 상당한 수준이다. 소식통들은 일본에서 컴퓨팅 인프라를 짓는 비용이 메가와트당 20억∼25억엔 정도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체 투자액을 추산했다. 엔티티데이터는 올해 42메가와트를 추가하고, 내년에는 도치기현에서 10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회계연도 투자액도 내년 3월 마감 기준 33% 늘어난 33억달러, 약 4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공격적 증설은 실제 수요가 이미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있다. 스즈키 야스오 전 엔티티데이터 아시아태평양 데이터센터 총괄은 인공지능 추론용으로만 약 100메가와트 규모 용량을 찾는 기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추론은 학습이 끝난 인공지능 모델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단계로,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상시 연산 능력이 중요해진다. 결국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부동산 시설이 아니라 전력, 통신망, 고성능 반도체가 결합된 핵심 산업 기반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 경쟁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디시바이트와 블룸버그엔이에프 집계에 따르면 4월 7일 기준 일본 내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은 엔티티데이터 195메가와트, 엠시디지털리얼티 172메가와트, 에퀴닉스 171메가와트, 에이티도쿄 134메가와트, 굿맨 128메가와트, 아마존웹서비스 97메가와트, 에어트렁크 86메가와트 순이다. 현재 가동 물량만 보면 엔티티데이터가 앞서 있지만, 건설 중인 물량은 에어트렁크 34메가와트, 에퀴닉스 33메가와트로 엔티티데이터의 18메가와트보다 많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늘리는 동시에 엔티티데이터에도 용량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들 고객이 엔티티데이터의 일본 매출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변수는 전력망이다. 데이터센터 산업은 서버를 많이 들여놓는 것만으로는 확장할 수 없고,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바현 인자이 등 일부 지역이 만성적인 송전 용량 부족을 겪고 있어 전력 사용 승인에만 8∼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엔티티데이터의 판단이다. 경쟁사 소프트뱅크가 데이터센터용 전력 확보를 위해 도쿄전력 투자까지 검토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국 앞으로 일본 데이터센터 시장은 인공지능 수요 확대라는 성장 동력과 전력 인프라 병목이라는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