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 스케일AI(Scale AI)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였던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이 메타플랫폼스(Meta)에 합류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메타가 스케일AI에 약 14조 7,000억 원($14.3 billion)을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한 초대형 거래가 자리하고 있다.
왕은 메타에 새로 설립될 AI 연구 조직을 이끌게 됐으며, 이 조직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을 목표로 한다. 메타는 AI 경쟁에서 오픈AI나 구글(GOOGL) 등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번 인사가 메타의 연구 역량 제고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메타의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 '라마(LLaMA)' 시리즈는 미온적인 반응에 그쳤고, 차세대 모델 개발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큼,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평가다.
스케일AI는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오픈AI·구글·메타 등 주요 기업이 활용하는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정제하고 라벨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24년 기준 약 1조 2,500억 원($870 million)의 매출을 올렸으며, 2025년에는 2조 8,800억 원($2 billion) 이상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스케일AI의 데이터 품질 개선 기술은 AI 모델 정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산업 내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왕은 지난해부터 미국 정부 및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긴밀히 교류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왔다. 오픈AI의 샘 알트먼(Sam Altman)이나 엔비디아(NVDA)의 젠슨 황(Jensen Huang) 등과 함께 미 의회에 출석해 AI 관련 입법과 규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등 데이터 산업의 전면에 나섰다. 그는 유명 경제지 표지를 장식하는 등 업계 차세대 리더로 부각됐다.
새 CEO로는 제이슨 드로에그(Jason Droege) 최고전략책임자가 임명됐으며, 그는 과거 우버(Uber) 부사장과 벤처캐피털 벤치마크 파트너를 역임한 바 있다. 스케일AI 이사회는 아직 차기 공식 대표 선임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왕은 CEO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 멤버로 계속 활동하며 스케일AI의 전략적 방향성과 장기 비전에 꾸준히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내 메모를 통해 “CEO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쉬운 결정이지만, 스케일AI와의 연결은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와 투자로 스케일AI는 향후 데이터 중심 AI 생태계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되며, 메타 역시 AI 주도권 경쟁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