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클라리티 법안(CLARITY Act)’ 수정안 제출 시한이 끝나면서, 가상자산 규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한층 거세졌다. 수정안은 100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고, 상원 본회의 통과를 가로막는 쟁점도 더 뚜렷해졌다.
13일(현지시간) 크립토 저널리스트 엘리너 테렛에 따르면 이번에 제출된 수정안은 최종 집계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난 1월 예정됐다가 무산된 마크업 전 137건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마크업은 법안 문구를 조정하고 표결로 넘기는 절차다. 이번 일정은 14일 오전 10시 30분(미 동부시간) 시작된다.
워런, 가상자산 업체 ‘은행 접근 차단’ 수정안 제출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40건이 넘는 수정안을 단독 제출하며 가장 강한 공세를 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연준이 가상자산 기업에 ‘마스터 계좌’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다. 마스터 계좌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에 직접 연결되는 통로로, 이 조항이 통과되면 클라리티 법안이 허용하는 범위와 무관하게 가상자산 업체의 은행 접근이 사실상 차단될 수 있다.
워런의 수정안들은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법안의 완화 기조를 정면으로 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드-스미스 수정안, 공화당에 ‘양자택일’ 압박
로드아일랜드주의 잭 리드와 미네소타주의 티나 스미스 상원의원이 낸 수정안도 부담이 크다. 이 안은 은행권이 요구해온 스테이블코인 수익 제한 변경을 반영해, 예금 이자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보상을 겨냥한다. 정치전문매체 펀치볼 뉴스는 이 수정안이 상원 의원들에게 ‘가상자산 업계냐, 은행권이냐’의 공개 선택을 강요하도록 설계됐다고 전했다.
리드는 별도의 수정안으로 가상자산의 법정통화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세금 납부에 가상자산을 쓰는 것도 막았다. 이는 지난해 워런 데이비드슨 하원의원이 비트코인(BTC) 결제를 허용하려고 내놨던 법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은행권도 총공세… 8000통 넘는 서한 전달
이번 논란은 의회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은행 업계도 뒤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행협회(ABA) 회원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상원 사무실에 8000통이 넘는 서한을 보내 스테이블코인 수익 제한을 더 강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별도의 집단 전화 캠페인은 없었지만,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직접 접촉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마크업은 단순한 법안 수정 절차가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와 은행권의 영향력이 정면 충돌하는 시험대가 됐다. 공화당이 당론대로 밀어붙여도 법안은 진전될 수 있지만, 당파 표결로 굳어질 경우 상원 전체 통과에 필요한 60표 문턱을 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표결은 클라리티 법안의 향방뿐 아니라 미국 가상자산 규제의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으로 보인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은행 접근권을 둘러싼 충돌이 커지면서, 법안이 시장 친화적 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