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전략 바뀐다…전사 배포보다 ‘업무 단위 자동화’가 성패

| 박서진 기자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 전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 직원에게 AI 도구를 일괄 배포하는 방식보다, 실제 병목이 발생하는 특정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심어 성과를 검증하는 접근이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미국 비영리단체 AARP와 프로세스 자동화 플랫폼 기업 아피안($APPN)의 사례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아피안의 제품관리 부사장 제이크 랭크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아피안 월드 2026’ 행사에서, AI의 역할을 넓게 풀어놓기보다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정밀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 전체에 AI 도구를 뿌리고 잘 되길 기대할 수도 있지만, 프로세스 중심 문제에는 프로세스 중심 해법이 필요하다”며 “AI를 특정 단계에 제한하면 엉뚱하게 작동할 가능성을 줄이고, 필요한 데이터와 작업 정보를 정확한 순간에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AARP, 송장 승인 업무부터 AI 현대화 착수

AARP는 50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다. 이 기관은 송장 승인 업무처럼 반복적이지만 정확성과 보안, 감사 추적이 중요한 작업부터 AI 기반 프로세스 현대화에 착수했다. AARP의 플랫폼 관리 부사장 톰 캐버노는 해당 업무가 조직 전반에 걸쳐 수십 명의 직원을 동시에 거치는 만큼,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검증 가능하고 추적 가능한’ 워크플로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AARP가 도입한 도구는 아피안 컴포저(Appian Composer)다. 이 도구는 기존 시스템에서 요구사항을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작동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업무 흐름을 생성한다. 특히 개발에 들어가기 전부터 현업 사용자가 자연어 기반 화면에서 프로세스를 직접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캐버노는 “현업 담당자 앞에 앉아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묻고, 그 자리에서 작동 방식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이 도구의 장점”이라며 “사용자가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해결 가능성을 이해하는 순간, 변화의 출발점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불편에서 시작해 40명 넘는 조직 문제로 확대

이번 사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AI 기반 프로세스 현대화가 단일 업무 개선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한 명의 임원 비서가 복잡한 송장 검토 절차로 어려움을 겪는 문제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조직 내 40명 이상이 같은 비효율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개인 한 명이 주당 5시간을 절감하는 효과가 전체 인원으로 확장되며 누적 효율을 만든다. 랭크는 이런 방식이 다음 자동화 프로젝트의 재원이 되는 ‘선순환’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프로젝트마다 적절한 기술이 무엇인지, AI가 맞는지 아닌지를 따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 결과 모든 프로젝트가 긍정적인 투자수익률을 내면, 그 성과가 다음 프로젝트를 밀어주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기술보다 어려운 과제는 조직 문화 변화

프로세스 현대화는 기술 과제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과제이기도 하다. 오래된 업무 방식이 비효율적인데도 유지되는 이유는, 이를 만든 구성원이 변화 이후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캐버노는 아피안 컴포저가 제공하는 ‘가시성’이 이런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업무 사용자가 새로운 프로세스를 코드 작성 이전 단계에서 자연어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막연한 불안보다 이해와 참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전에는 두려움의 대상이던 변화가 이제는 현업 부서가 IT 부서에 먼저 “이것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랭크 역시 AARP가 이미 효과적인 패턴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정 작업에 AI를 적용해 실제 투자수익률을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제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프로세스를 살피면서 추가로 개선할 지점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AI ROI, ‘어디에 쓸지’가 핵심

이번 사례는 AI 도입의 성패가 기술 자체보다 ‘적용 지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모든 업무에 AI를 붙이는 방식은 기대는 크지만 관리와 검증이 어렵다. 반면 반복량이 많고 측정 가능한 문제를 골라 단계적으로 자동화하면, 비용 절감과 생산성 개선을 수치로 확인하기 쉽다.

결국 AI 기반 프로세스 현대화의 핵심은 거창한 전면 도입이 아니라, 조직이 실제로 불편을 겪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는 데 있다. AARP와 아피안 사례는 AI가 ‘범용 도구’보다 ‘정밀한 업무 엔진’으로 자리 잡을 때 기업과 기관의 체감 성과도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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