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M&A…‘기대 몸값’과 거래 가격 간극 커졌다

| 손정환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기대 몸값’과 실제 거래 가격 사이의 간극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기술력과 투자 이력만으로 높은 엑시트를 기대하는 사례가 많지만, 실제 인수 시장은 매출과 성장성, 전략적 적합성 같은 ‘기초 체력’을 더 무겁게 본다는 지적이다.

4년 된 AI 스타트업도 높은 몸값 기대

한 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4년가량 사업을 이어온 한 AI 스타트업 창업자와 논의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우수한 팀과 흥미로운 기술, 탄탄한 투자자를 확보했지만 아직 매출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럼에도 2년 전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1,000만달러, 원화 약 147억4,200만원을 4,000만달러 가치, 약 589억6,800만원 평가로 조달한 바 있다.

현재 창업자와 기존 투자자들은 이전 투자 밸류에이션을 웃도는 수준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런 판단이 완전히 비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 거래 성사 가능성과는 별개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외적 거래’가 시장 기준은 아니라는 지적

AI 시장에서는 일부 대형 기술기업이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에 인재와 기술을 확보한 사례가 주목받아 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인플렉션AI와 약 6억5,000만달러, 원화 약 9,582억3,000만원 규모의 라이선스 및 인재 확보 거래를 구조화했고, 아마존($AMZN)도 AI 스타트업을 상대로 유사한 방식의 거래를 진행한 바 있다. 구글 역시 관련 영역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다만 이런 거래는 일반적인 기업 인수와는 성격이 다르다. 핵심 인재 영입과 기술 접근권 확보가 결합된 ‘특수 사례’에 가깝기 때문에, 모든 AI 스타트업이 이를 매각 기준점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드물게 비슷한 거래가 재현될 수는 있지만, 이를 전제로 협상에 나서면 눈높이 차이만 커질 수 있다.

매수자는 ‘서사’보다 숫자를 본다

창업자들은 통상 회사가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매수자는 이미 무엇을 증명했는지를 본다. 기술과 비전이 중요하더라도 매출의 질, 성장률, 고객 유지율, 그리고 제품이 인수 기업의 기존 생태계에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가 실제 가치 평가의 핵심이 된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능성’ 중심의 서사만으로 밸류에이션을 설계하면 협상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도, 거래 현장에서는 결국 실적과 통합 가능성이 판단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이전 투자 유치 가격이 오히려 부담 될 수도

스타트업이 특정 밸류에이션에 자금을 유치하면 그 가격은 자연스럽게 다음 라운드나 엑시트 협상의 기준점이 된다. 창업자와 투자자는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회수 가격을 기대하지만, 매수자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 현재 사업 성과와 향후 시너지다.

문제는 회사가 이전 투자 라운드에서 형성된 기대치를 실제 사업으로 따라잡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이 경우 창업자 측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인수자가 제시할 수 있는 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벌어진다. 업계에서는 이 간극을 인정하지 않은 채 협상을 시작하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AI 스타트업 M&A 시장은 여전히 활발하지만, 화려한 사례 몇 건만 보고 몸값을 정하면 현실과 충돌할 수 있다.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은 ‘미래 기대감’만이 아니라, 현재 실적과 전략적 필요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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