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장이 초기 실험 단계를 지나 ‘누가 AI 스택의 중심을 차지하느냐’를 겨루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모델 성능을 높이는 경쟁을 넘어, 기업의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한데 묶는 ‘통제 지점’ 확보가 향후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큐브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브 벨란테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이 계층을 ‘지능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AI의 백엔드와 프런트엔드가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과 추론 과정이 다시 시스템에 반영되는 ‘폐쇄 루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용 AI 시장의 승자는 이 연결 구조를 가장 먼저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노우플레이크($SNOW)는 연례 행사 ‘스노우플레이크 서밋’을 통해 단순한 데이터 클라우드 기업을 넘어 AI 스택 상단으로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새롭게 공개한 ‘스노우플레이크 코워크’는 사용자가 데이터와 자연어로 상호작용하는 방향의 청사진으로 읽힌다. 다만 실제로 AI 스택의 핵심 통제 지점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경쟁사인 데이터브릭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브릭스의 ‘지니’ 역시 사용자가 데이터와 대화하듯 분석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설계됐다. 존 퓨리어 더큐브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가 각기 다른 성장 전략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고 평가했다. 스노우플레이크가 먼저 앞서 나갔다면, 데이터브릭스는 대형 AI 인프라와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흐름에서 강점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쟁 구도를 스노우플레이크 대 데이터브릭스로만 보는 시각은 이제 좁다는 평가가 나온다. 벨란테는 구글($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오픈AI, 앤트로픽 등도 모두 사용자가 데이터와 어떻게 대화하고, 그 과정이 다시 백엔드의 ‘지능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놓고 사실상 같은 전장에 올라와 있다고 짚었다. 모델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서비스형소프트웨어 기업까지 모두 ‘에이전트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면서 AI 스택 경쟁은 훨씬 복합적인 구도로 바뀌고 있다.
시스코 시스템즈($CSCO)도 ‘시스코 라이브’ 행사에서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을 내놓으며 AI 생태계 내 존재감을 키우려 했다. 퓨리어는 AI 인프라가 초대형 데이터센터 중심의 ‘하이퍼스케일’ 환경과 분산형 엣지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시스코가 두 시장을 잇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특히 고성능 네트워킹 분야를 시스코의 기회로 꼽았다. 엔비디아($NVDA)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장악했지만, AI 시대의 핵심인 광통신, 인터커넥트, 보안, 관측성, 데이터 이동, 운영 통제, 수명주기 관리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킹 영역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시스코가 강점을 가진 분야와 맞닿아 있다.
반면 벨란테는 엔비디아가 이미 네트워킹 기업들의 안방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매출 기준으로 사실상 세계 최대 네트워킹 기업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영향력을 넓혔다며, AI용 맞춤형 이더넷 설계 능력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AI 스택 경쟁은 소프트웨어나 모델에만 머물지 않고, 네트워크와 인프라의 주도권 다툼으로도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다.
AI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비용 문제도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감당 가능한 예산을 넘어 토큰을 과도하게 쓰는 이른바 ‘토큰맥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퓨리어는 실제로 예상보다 큰 청구서를 받아 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현재의 수요와 비용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는 토큰 비용 급등이 문제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통제되지 않은 ‘불량 에이전트’가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할 위험도 크다고 봤다.
AI 시장은 분명 빠르게 성숙하고 있지만, 그만큼 승자 구도는 아직 열려 있다. 스노우플레이크와 데이터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트로픽, 시스코, 엔비디아까지 각자 다른 강점을 앞세워 AI 스택의 중심을 노리고 있다. 결국 시장의 향방은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데이터와 사용자, 인프라를 하나의 ‘지능 시스템’으로 엮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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