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업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팬 개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처럼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일괄 메시지에서 벗어나, 실시간 데이터와 세밀한 팬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다만 개인화와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투명성’과 데이터 거버넌스가 장기적인 팬 관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스포츠 커머스 플랫폼 파나틱스의 커머셜 부문 부사장 케빈 롱고(Kevin Longo)는 스노우플레이크 서밋 2026에서 “스포츠는 전통적으로 하나의 방송, 하나의 스폰서 메시지를 다수의 팬에게 전달하는 ‘일대다’ 구조였다”며 “하지만 팬은 모두 같지 않으며, 이제는 AI와 스노우플레이크 협업을 통해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담에는 스노우플레이크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데니스 페르손(Denise Persson)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스포츠 산업에서 AI 기반 팬 개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동시에 책임 있는 데이터 활용을 통해 팬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스포츠 구단과 단체들은 모바일 앱, 온라인 쇼핑, 경기장 현장,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접점에서 팬과 만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데이터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어 통합된 팬 경험을 만드는 데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페르손은 “팬들은 더 통합된 경험을 기대하고 있지만, 데이터는 여전히 사일로에 갇혀 있다”며 “핵심은 이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360도 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I는 스포츠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선수 스카우팅과 육성, 경기력 분석, 부상 재활뿐 아니라 팬 경험 개선에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팬 개인화는 각 팬의 관심사와 경기 중 실시간 상황에 맞춰 콘텐츠와 상품, 참여 방식을 다르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롱고는 팬 심리가 경기 흐름에 따라 빠르게 바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팬을 예로 들며, 특정 선수가 기록적인 활약을 펼치는 순간 팬이 원하는 정보나 구매 욕구, 반응 방식은 경기 시작 몇 시간 전과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바로 그 순간 팬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중심으로 스포츠 산업이 반응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매우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 추천 기술을 넘어, 팬의 감정과 맥락에 맞춰 경험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기 하이라이트, 기념 상품, 티켓 업셀링, 스폰서 메시지까지 모두 실시간 신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가 더 큰 과제로 보는 부분은 ‘신뢰’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기준이 불분명하면 오히려 팬 이탈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화가 정교해질수록 팬이 “내 데이터를 어떻게 쓰고 있나”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진다.
페르손은 “프라이버시 거버넌스는 매우 중요하다”며 “거버넌스와 안전장치가 없다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많은 기업이 거버넌스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스포츠 업계가 AI 기반 팬 개인화를 확대하더라도, 기술 경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 통합, 실시간 분석, 자동화 역량만큼이나 명확한 활용 원칙과 설명 가능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스포츠 업계의 AI 도입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팬 경험 재설계로 이어지고 있다. 팬 개인화는 충성도와 매출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팬이 체감하는 ‘편리함’과 기업이 증명해야 할 ‘신뢰’가 함께 가야 지속 가능하다는 평가다.
결국 승부는 팬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책임 있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AI가 스포츠 마케팅의 새 표준이 되더라도, 그 기반은 여전히 ‘팬 신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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