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지원 업은 엔케네… 소외된 아프리카 언어 AI 인프라에 베팅

| 박서진 기자

인공지능(AI) 번역과 언어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아프리카 언어’ 시장을 정조준한 스타트업 엔케네(Nkenne)가 주목받고 있다. 엔케네는 최근 줌 커뮤니케이션즈($ZM)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상위 5개 기업에 선정되며 3만달러, 원화 약 4544만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엔케네는 뮤지션 출신 창업자 마이클 오도카라-오키그보가 세운 아프리카 언어 학습·AI 번역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음성-텍스트 변환, 텍스트-음성 변환, 음성-음성 번역 기술을 바탕으로 억양과 방언, 속담 같은 맥락까지 살리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대형 AI 기업들이 주로 영어와 일부 주요 언어에 집중하는 사이, 아프리카 언어를 위한 ‘기초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줌 ‘솔로프리너 50’ 선정… “상금 아닌 활주로”

오도카라-오키그보는 3000명 이상 지원자 가운데 줌의 첫 ‘솔로프리너 50’ 프로그램 상위 5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 프로그램은 AI와 클라우드, 협업 도구를 활용해 소규모 인력으로도 빠르게 사업을 키우는 1인 창업자를 조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에게 이번 3만달러는 단순한 상금이 아니다.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에는 사업 확장을 위한 ‘활주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케네는 이미 줌을 글로벌 운영의 핵심 도구로 사용하고 있어, 실제 업무에 쓰는 플랫폼으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음악 투어 중단이 만든 사업… 이그보어 학습에서 출발

엔케네의 출발점은 거창한 AI 비전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럽·아프리카 음악 투어가 연기된 뒤, 오도카라-오키그보는 자신의 모국어인 이그보어를 배울 방법을 찾다가 마땅한 도구가 없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없다면 직접 만들라’는 어머니의 조언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회사 이름 엔케네 역시 그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언어를 가르치는 앱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두 갈래로 사업이 확장됐다. 하나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언어 학습 앱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과 정부 수요까지 겨냥한 AI 번역 플랫폼이다. 현재 15개 아프리카 언어를 지원하며, 향후 3~5년 안에 수백 개 언어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아프리카 언어 번역이 어려운 이유

엔케네가 풀려는 문제는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다. 많은 아프리카 언어는 ‘성조 언어’이자 방언 변화에 민감하다. 같은 단어라도 발음 높낮이나 억양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엔케네’라는 단어도 이그보어에서는 발음에 따라 여러 뜻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단순 기계번역 방식으로는 정확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원어민과의 검증, 지역별 말투 반영, 속담과 문화적 맥락 학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엔케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정부, 통신사, 기업이 신뢰하고 쓸 수 있는 표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B2C 넘어 B2B·정부 시장 확대

회사의 사업 모델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언어 학습 앱은 개인 사용자와 디아스포라 수요를 겨냥하지만, 번역 플랫폼은 사실상 B2B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도카라-오키그보는 통신사들과 엔케네 AI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번 상금도 서비스 확장 준비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나이지리아 국가정보기술개발청과 계약을 맺고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디지털 행정과 공공 서비스에서 언어 인프라 수요가 커질수록 엔케네의 입지는 더 강화될 수 있다. 통신망과 공공 시스템에 들어가면 단순 앱이 아니라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AI 시대의 ‘언어 주권’ 경쟁

엔케네 사례는 AI가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언어 주권’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처럼 언어 다양성이 큰 지역에서는 번역과 음성 기술이 문화 보존 수단인 동시에 경제 성장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언어 장벽이 낮아지면 글로벌 기업의 현지 진출이 수월해지고, 반대로 현지 기업과 정부도 해외 시장과 더 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만 해도 인구가 2억5000만명을 웃돌고, 젊은 층 비중이 높으며 스마트폰 보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AI 언어 인프라는 문화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산업 자산이 될 수 있다.

엔케네는 앞으로 수백 개 아프리카 언어를 지원하는 학습·번역 플랫폼으로 커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이 놓친 틈새를 파고든 이 전략이 통할 경우, 엔케네는 지역 특화 앱을 넘어 아프리카 AI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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