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브릭스, ‘지니 원’ 공개…기업 AI 코파일럿, 실행형 에이전트로 넘어가나

| 김서린 기자

데이터·인공지능 기업 데이터브릭스가 기업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새 AI 도구 ‘지니 원(Genie One)’을 공개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 내부 맥락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형 AI’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데이터브릭스는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연례 ‘데이터+AI 서밋’에서 지니 원을 발표했다. 이 도구는 기존 ‘지니’ 제품군을 확장한 것으로, 대화형 분석 기능에 머물렀던 기존 AI 보조도구와 달리 각종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문서, 파일, 회의 내용, 채팅, 티켓 시스템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할 수 있는 점이 핵심이다.

왜 기존 AI 코파일럿은 기대에 못 미쳤나

알리 고드시 데이터브릭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기업용 AI 코파일럿이 초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이유로 ‘맥락 부족’을 지목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코드 자체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어 AI 성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났지만, 영업·마케팅·재무 같은 일반 사무 영역은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들 부서의 핵심 정보는 여러 소프트웨어에 흩어져 있거나 오래된 문서에 묻혀 있고, 때로는 직원 개인의 경험과 지식 속에만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AI 에이전트는 기업 전체를 뭉뚱그려 이해하려다 보니 간단한 질문에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빈칸을 추정으로 메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융이나 운영처럼 규제가 강한 영역에서는 이런 ‘추측성 답변’이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지니 온톨로지’로 기업 지식 지도 구축

데이터브릭스는 이런 한계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로 ‘지니 온톨로지’를 내세웠다. 지니 온톨로지는 조직 내 데이터, 문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직원들로부터 학습한 정보까지 반영해 기업의 지식 구조를 매핑하는 ‘맥락 계층’이다.

회사가 접근 권한을 받은 모든 정보원에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지식을 추출하는 구조다. 데이터브릭스 내부 데이터뿐 아니라 외부 업무용 앱, 파일, 고객 지원 티켓, 채팅 앱, 회의 기록 등에서도 정보를 읽어온다. 이렇게 확보한 ‘사실 기반 정보’를 바탕으로 지니 원은 단순 추정이 아니라 실제 기업 데이터에 근거한 답변과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고디시 CEO는 “오늘날 많은 기업용 AI는 자신감 있게 틀린 답을 내놓는다”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마진 변화 이유를 묻는데 AI가 설명하지 못하거나, 영업 책임자가 다음 업셀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AI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맥락의 문제”라고 말했다.

답변형 AI에서 실행형 AI로 확장

지니 원은 필요한 맥락을 일부 문서만 짜맞춰 추론하는 대신 SQL(구조화 질의 언어) 쿼리로 찾아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환각, 즉 사실과 다른 응답 가능성을 낮추고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 구조가 응답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기능도 단순 문답에 그치지 않는다. 대화형 차트 등 시각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알림 설정도 지원한다. 또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과 연동해 외부 소프트웨어와 도구를 호출함으로써 실제 업무 워크플로 안에서 행동까지 수행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AI로 한 단계 넘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재사용 가능한 AI 에이전트도 정식 출시

데이터브릭스는 이날 지니 원과 함께 첫 ‘지니 에이전트’도 정식 출시했다. 사용자는 기존 AI 챗봇 지니와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원본 데이터, 지침, 행동 방식을 그대로 물려받는 ‘재사용 가능한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이 에이전트는 반복적인 업무 흐름을 자동 실행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정기 보고서 작성, 특정 조건 감지 후 알림 발송, 업무 시스템 내 후속 조치 같은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특정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앱 빌더·데이터 엔지니어링 기능도 강화

일반 사무직을 위한 ‘지니 앱 빌더’도 새로 공개됐다. 사용자가 필요한 맥락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해당 데이터와 연결된 애플리케이션 미리보기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생성된 앱은 데이터브릭스의 유니티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보안이 적용된다.

데이터 엔지니어를 위한 기능도 업데이트됐다. ‘지니 코드’는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분석 워크플로의 계획, 생성, 실행을 돕는 도구로, 이번에 프로젝트별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각 단계를 검토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새롭게 도입된 ‘지니 제로옵스’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테이블, 머신러닝 모델 등을 자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조사한 뒤 수정안을 제안하는 백그라운드 에이전트다.

요금제도 ‘사용량 기반’으로 전환

데이터브릭스는 지니 원에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라이선스 대신 ‘사용량 기반’ 과금 모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고객은 구독료가 아니라 실제 사용한 토큰만큼 비용을 내는 구조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초기 도입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비용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발표는 기업용 AI 시장이 ‘챗봇’ 중심에서 ‘업무 실행형 에이전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승부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모았느냐보다, 흩어진 기업 맥락을 얼마나 정확히 연결해 실무에 적용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데이터브릭스가 다시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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