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 미국주식예탁증서 발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3년 9개월째 이어진 강세장이 공급 부담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현지시간) 글로벌 대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대규모 주식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에 새로 풀리는 주식 물량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과 금리, 투자심리의 영향을 받지만, 시장에 나오는 주식 수 자체가 급격히 늘어나면 기존 투자 자금이 분산돼 상승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른바 주식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발행 규모는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스페이스X는 기업공개를 위해 750억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8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SK하이닉스도 외국 기업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인 265억달러의 미국주식예탁증서를 발행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시장에 공급된 신주 규모는 3천447억달러로,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연간 총공급액을 각각 모두 넘어섰다. 여기에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공급 압박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서둘러 자금 조달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떠받치던 하이퍼스케일러, 즉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이제 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주식과 채권을 새로 발행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이들 기업의 총 설비투자는 지난해 4천500억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8천억달러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조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축소가 수요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도 주식 공급 급증은 강세장 후반부에 자주 나타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투자운용사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설립자 롭 아노트는 이런 현상이 1999년부터 2000년 사이 닷컴 버블 붕괴 국면에서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반론도 있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 전체 규모가 80조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신규 발행 물량이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오크트리 캐피털 공동 창업자 하워드 막스도 주식 물량 증가와 자사주 매입 감소가 언제부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지는 예측하기 어렵고, 이 요인만으로 강세장이 끝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투자 경쟁의 속도와 기업들의 추가 자금 조달 규모, 그리고 시장이 이를 얼마나 무리 없이 흡수하느냐에 따라 강세장의 지속 여부를 가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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