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이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의 자금 조달을 주도하면서, 인공지능 인프라 확대를 둘러싼 초대형 투자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블랙록은 이 사업을 위해 최대 120억달러, 우리 돈 약 17조9천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 데이터센터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1기가와트 규모 시설로, 블랙록이 지분 80%, 메타플랫폼이 20%를 보유하는 구조다. 완공 이후에는 메타가 이 시설을 사용할 예정이다. 자산운용사가 단순히 자금을 굴리는 역할을 넘어, 데이터센터 같은 실물 인프라의 소유와 운영 구조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업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인공지능 확산으로 전력과 서버를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JP모건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하이퍼스케일러, 즉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2030년까지 인공지능 인프라에 약 5조5천억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막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채권 시장을 통해 조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한꺼번에 마련하려면 은행 대출보다 채권 발행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이미 지난 1년 동안 하이퍼스케일러들과 협력하며 데이터센터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해왔다. 얼라인드 데이터센터를 400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메타는 최근 얼라인드 데이터센터가 펜실베이니아주 시핑포트에서 개발 중인 대형 데이터센터를 임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록이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와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를 인수한 점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즉, 블랙록이 전통적인 금융투자 회사를 넘어 인프라 자산의 확보와 운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엘파소 사업은 지난해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도 구조가 닮아 있다. 당시 블랙록은 270억달러 규모 채권 발행에 참여해 30억달러 이상을 가장 많이 투입했고, 이는 사모대출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루이지애나 사업에서는 사모대출 펀드 운용사 블루아울이 합작법인 지분 80%를, 메타가 20%를 보유했으며, 완공 후 메타가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틀 안에서 자본시장과 빅테크가 손잡는 형태가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산업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둘러싼 대형 자금 조달이 더욱 잦아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