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의 제조·공급·생산능력 약정이 2026년 7월 26일 기준 2790억 달러(약 386조원)로 늘었다. 석 달 전 1190억 달러(약 165조원)에서 약 134% 증가한 규모다.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 2분기 정기보고서에서 이 같은 계약상 의무를 공시했다. 제조·공급·생산능력 약정은 데이터센터급 제품 생산과 현세대·차세대 제품 아키텍처의 장기 주문 기간을 반영한 항목이다.
약정 확대의 중심에는 메모리와 생산능력 확보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6년 8월 27일 보도에서 엔비디아가 남은 2027회계연도에 메모리 관련 지출 920억 달러(약 127조원), 2028회계연도에 870억 달러(약 120조원), 그 다음 해에 880억 달러(약 122조원)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AI 가속기 수요가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패키징,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약정 규모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공급망에서는 실제 제품 출하보다 앞서 웨이퍼, 메모리, 패키징, 조립·테스트 능력을 장기 계약으로 묶는 일이 통상적으로 이뤄진다.
엔비디아의 실적도 약정 확대 배경을 보여준다. 회사는 26일 발표한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 자료에서 매출 962억2100만 달러(약 13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18%, 전년 동기보다 106% 늘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 달러(약 12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자료에서 “AI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AI 인프라 구축은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회사 매출과 공급망 계약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2027회계연도 3분기 매출을 1080억 달러(약 149조원), 오차 범위 2%로 제시했다. 이 전망에는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트 매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공급 약정은 확정 부채와 같지 않다. 엔비디아는 2026년 4월 정기보고서에서 공급업체가 회사 기준에 따라 재고를 조달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일부 계약은 확정 주문 전 취소·일정 변경·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변경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재고평가손실이나 초과 구매약정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목은 앞선 논쟁과 이어진다. 본지는 앞서 엔비디아의 제조·공급·생산능력 약정 확대가 AI 수요 논쟁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당시 핵심은 약정 규모 자체보다 AI 수요와 공급 약정의 속도 차이였다. 이번 수치는 그 차이가 더 커졌음을 보여준다.
한국 독자에게는 메모리 공급망 영향이 더 가깝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을 높인 고성능 메모리로, AI 연산과 데이터센터 서버 고도화 과정에서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HBM ETF 성과도 최근 부각됐다. 다만 이번 공시가 특정 한국 기업과의 계약을 확정해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구매약정 증가는 AI 인프라 투자가 반도체 공급망의 장기 계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약정이 실제 비용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향후 공시에서 재고, 초과 구매약정 충당금, 고객 수요 변화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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