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앤스로픽 평가는 주식 아닌 합성 선물

| 서지우 기자

앤스로픽(Anthropic)의 2조 달러(약 2764조원) 평가는 회사가 확정한 공모가나 공식 기업가치가 아니라 토큰화 파생상품 시장에서 형성된 합성 가격이다. 실제 주식 권리를 주지 않는 프리 IPO 무기한 선물이 비상장 AI 기업의 가격 발견 창구로 쓰이면서 사모시장과 크립토 시장의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

28일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전 8시15분 기준 바이낸스의 ANTHROPIC-USDT 가격은 1950.62달러였다. 24시간 거래대금은 661만 달러(약 91억원), 미결제약정은 1764만 달러(약 244억원), 누적 거래대금은 4억7029만 달러(약 6500억원)로 집계됐다.

디파이라마는 이 상품의 접근 모델을 'permissioned'로 표기했고, 오라클 제공자는 바이낸스 프리 IPO 주문 흐름이라고 적었다. 가격은 앤스로픽이라는 이름을 달고 움직이지만, 회사 주식의 공식 거래 가격은 아니다.

바이낸스는 5월 21일 스페이스X 기반 SPCXUSDT를 시작으로 프리 IPO 무기한 선물을 출시했다. 회사는 이 상품이 기초 주식의 소유권을 뜻하지 않으며, 높은 변동성과 청산 위험을 수반한다고 밝혔다.

앤스로픽도 승인되지 않은 주식 이전에 선을 그었다. 앤스로픽은 6월 29일 도움말 문서에서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주식 매매나 양도는 회사 장부에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한 우회 취득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3자가 'forward contract'나 'tokenized securities'를 앞세워 일반 대중에게 앤스로픽 주식을 판다고 주장할 경우, 이전 제한 때문에 가치가 없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식 라운드 기준 숫자는 따로 있다. 로이터는 앤스로픽이 6월 1일 미국 기업공개를 위해 기밀 서류를 제출했고, 직전 라운드에서 650억 달러(약 90조원)를 조달하며 투자 후 기업가치 9650억 달러(약 1334조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앤스로픽의 7월 말 연환산 매출이 650억 달러(약 90조원)를 넘었고, 2분기 예비 매출이 115억 달러(약 15조9000억원)를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들은 앤스로픽의 상장 기대와 사모시장 평가를 키운 배경으로 쓰이고 있다.

시장에는 세 숫자가 함께 놓인다. 공식 투자 라운드의 9650억 달러, 사모시장과 IPO 기대가 반영된 추정치, 거래소 파생상품이 찍는 2조 달러 안팎의 합성 가격이다. 셋은 모두 앤스로픽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리키지만 법적 성격은 다르다.

프리 IPO 무기한 선물은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의 가치 변화에 연동해 거래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투자자는 주식 명의나 의결권, 배당권을 얻지 않고 가격 변동에만 노출된다. 실제 지분 거래가 제한된 비상장 기업일수록 이런 상품의 가격과 공식 기업가치 사이에는 간극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월 토큰화 증권 성명에서 제3자가 발행한 합성 토큰화 증권은 기초 증권에 대한 경제적 노출만 제공할 수 있으며, 원주식 발행사의 권리나 혜택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월 자료에서는 암호화 자산도 투자계약 요건을 충족하면 연방 증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쪽 구조도 논쟁을 넓혔다. 하이페리온 디파이(Hyperion DeFi)는 SEC 제출문에서 하이퍼리퀴드의 HIP-3 업그레이드가 50만 HYPE를 스테이킹한 사용자가 주식, 원자재, 지수 같은 비암호화 자산의 온체인 무기한 선물 시장을 열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마켓워치는 앤스로픽 프리 IPO 무기한 선물이 하이퍼리퀴드에서 약 2조 달러 수준까지 갔지만 거래 규모는 약 2000만 달러(약 276억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토큰화 시장 운영자는 앤스로픽의 현실적 가치로 1조 달러(약 1382조원) 안팎을 더 유력하게 봤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핵심은 숫자의 출처와 권리 구조다. 달러 표시 합성 가격이 커져도 실제 주식 이전 제한, 청산 구조, 유동성 규모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테더(USDT) 기반 파생상품으로 표시된 가격을 비상장 주식 가치와 같은 숫자로 받아들이면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앤스로픽의 IPO 준비와 9650억 달러 기업가치 논쟁](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91220)은 이미 AI 기업가치 논쟁을 키웠다. 이번 토큰화 거래는 그 논쟁을 주식시장 밖 파생상품으로 옮겼다. 앤스로픽의 최종 공모가와 상장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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