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은행, AI 성장 조건으로 자본시장 제시

| 류하진 기자

이탈리아은행이 인공지능(AI)을 성장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면서 기술 개발보다 자금조달 구조를 전면에 세웠다. AI가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연구·소프트웨어·데이터·기술·조직 같은 무형투자에 장기 자본이 붙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이탈리아은행 총재는 7월 2일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은행·유럽투자은행(EIB) 공동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적절한 금융이 없으면 혁신은 아이디어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내자본, 위험자본, 더 깊은 시장이 결합돼야 혁신이 성장과 고용, 경쟁력으로 바뀐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기관, 학계, 기업, 금융업계 관계자가 생산부문 AI 도입 조건과 혁신금융에서 민간자본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탈리아은행은 행사 설명에서 보험사와 연기금 같은 민간자본이 혁신금융에 더 많이 참여하는 방안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파네타 총재는 AI가 이미 생산공정, 서비스, 연구, 일상에 들어왔다고 봤다. 그는 AI 에이전트 모델과 휴대형 고성능 기기 확산이 기업의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비용과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에서는 설비 고장 예방, 폐기물 감축, 에너지·재료 사용 최적화, 설계 가속, 품질 개선을 사례로 들었고 의료 분야에서는 진단 고도화와 신약 개발 속도 향상을 언급했다.

핵심은 금융의 속도다. 파네타 총재는 기업과 제도, 금융시스템이 AI 확산 속도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설비투자와 달리 AI 투자는 외부 평가가 어렵고 위험이 크며, 수익이 장기간 뒤에 나타날 수 있어 은행 대출 중심 구조만으로는 충분히 떠받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이탈리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월 공개한 ‘이탈리아 금융시장의 인공지능’ 보고서에서 금융권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정리했다. 보고서는 AI 확산의 과제로 거버넌스, 데이터 품질, 제3자 의존성, 운영·사이버 회복력을 들었다. AI 도입이 금융권 내부 효율을 넘어 리스크 관리와 감독 체계까지 요구한다는 뜻이다.

이번 발언은 파네타 총재가 7월 15일 ABI 연설에서 AI가 투자와 고부가가치 무역, 주식시장 가치평가를 떠받치고 있다고 언급한 흐름과도 이어진다. 다만 7월 2일 연설의 초점은 크립토나 특정 디지털자산이 아니라 AI 인프라와 혁신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금융 구조에 맞춰졌다.

파네타 총재는 전환 과정에서 숙련도 투자와 취약 노동자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혜택이 소수 기업, 산업, 지역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기술 도입을 성장 전략으로 보되 자본 공급, 노동 전환, 위험 관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번 콘퍼런스는 새 규제나 투자 프로그램 발표가 아니었다. 이탈리아은행과 EIB가 던진 질문은 AI가 중요한가가 아니라 AI를 실제 성장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금융 장치가 필요한가에 맞춰졌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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