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 27%가 인공지능(AI) 챗봇을 개인적·감정적·사회적 대화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AI가 업무 보조를 넘어 고민 상담과 정서적 교류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애플은 시리를 친구나 연애 상대처럼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론대 이미지닝 더 디지털 퓨처 센터는 2일 공개한 ‘The Rise of AI Companions’ 보고서에서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 4268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조사는 유고브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고, 이후 개인적·감정적·사회적 목적으로 AI를 쓰는 이용자 1000명을 대표 표본으로 따로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의 27%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코파일럿 같은 대규모언어모델을 사회적·감정적 상호작용에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용도에는 혼자 있을 때의 대화, 연애·인간관계 조언, 개인적 고민 상담, 오락 목적 대화가 포함됐다.
AI를 이런 목적으로 쓰는 이용자 중 31%는 가장 자주 쓰는 챗봇을 친구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38%는 외로움을 덜기 위해 AI와 대화한다고 했고, 51%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속상할 때 AI와 대화하면 기분이 나아진다고 응답했다.
정서적 의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응답도 있었다. 39%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 이야기를 AI에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했으며, 37%는 AI와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면 개인적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AI가 인간관계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조사에서 59%는 AI보다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고, AI와의 대화를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보다 선호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리 레이니(Lee Rainie) 일론대 이미지닝 더 디지털 퓨처 센터장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심하는 측면도 있고, 기뻐하는 측면도 있으며, 경계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미국인과 AI의 관계를 단순한 찬반 구도로 나누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I 컴패니언은 이용자가 정보 검색이나 업무 지시를 넘어 친구, 상담 상대, 정서적 대화 상대로 쓰는 챗봇을 뜻한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화 맥락을 길게 기억하고 공감형 답변을 내놓으면서, 일부 이용자에게는 검색창보다 대화 상대에 가까운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플은 다른 방향을 택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지난 6월 공개된 Mostly Human 인터뷰에서 일부 챗봇이 이용자의 참여와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시리에 대해 “이용자를 돕기 위해 설계했다”고 말했다. 시리를 오래 붙잡아 두는 정서적 상대가 아니라 일정 처리, 정보 확인, 기기 제어를 돕는 도구로 두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AI 서비스 설계의 차이와도 맞닿아 있다. 일부 챗봇이 이용자 참여와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정서적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용자의 의존이나 현실 인식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이번 조사는 AI가 인간관계를 약화시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3분의 1이 넘는 정서적 AI 이용자는 챗봇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동의한다고 답했고, 15%는 AI와의 상호작용이 현실감각을 약화시킨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챗봇이 검색, 번역, 문서 작성뿐 아니라 고민 상담과 감정 대화에 쓰이는 흐름이 커질 경우 개인정보 보호, 미성년자 이용, 상담·의료 영역과의 경계가 쟁점으로 거론될 수 있다.
AI 기업에는 이용자 참여를 높이는 설계와 정서적 의존을 줄이는 설계 사이의 선택이 남아 있다. 이번 조사와 애플의 발언은 AI 비서 경쟁이 성능뿐 아니라 이용자와 어떤 관계를 맺도록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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