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생산성 지표가 개선되는 가운데 노동소득 비중은 194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성 개선의 과실이 임금보다 대기업과 자본 소유자에게 먼저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춘은 그레고리 다코(Gregory Daco) EY-파르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AI와 자동화가 만든 생산성 개선이 임금보다 기업 마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코는 기술 전환 때마다 대형 기업이 이익을 먼저 가져가고, 중소기업은 비용 압박과 정책 불확실성, 높은 금리에 더 오래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은 전분기 대비 연율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산출은 1.7% 늘었고 노동시간은 0.3%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소득 비중은 52.8%로 내려갔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47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 시간당 보상도 3.3% 감소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시간 1시간당 산출을 뜻한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으면 물가 압력을 낮추고 기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임금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EY는 같은 분기 기업 이익 마진이 GDP 대비 14.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정리했다. 생산성, GDP, 이익 마진은 개선됐지만 노동 몫은 줄어든 셈이다.
다코의 해석은 AI를 단일 원인으로 보지 않는 데 초점이 있다. 포춘은 현재 생산성 개선의 상당 부분이 AI 이전부터 이어진 자동화, 비용 절감, 설비투자에서 나왔다고 정리했다. AI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기보다 기존의 기업 집중 흐름을 키우는 요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논점은 한국 투자자에게도 가볍지 않다. AI 설비투자는 엔비디아($NVDA),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같은 대형 기술주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다. 동시에 AI 투자가 빅테크 현금흐름을 압박한다는 논의도 이어져 왔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와 유동성, 위험자산 선호가 함께 읽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번 자료만으로 디지털자산 가격 영향을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앞서 본지는 AI 투자 추정치가 가상자산 유동성 논의로 번진 흐름도 전한 바 있다.
낙관론도 있다. 로이터는 시장과 정책 당국이 AI 도입을 생산성 개선, 노동비용 억제, 물가 압력 완화와 연결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성이 비용 상승을 흡수하면 통화정책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자본시장도 AI 스토리에는 아직 우호적이다. AP는 대형 기술주와 AI 관련 종목 강세가 미국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델은 AI 컴퓨팅 수요를 이유로 연간 매출 전망을 높였고, 엔비디아는 3.2% 상승했다.
반대편에서는 투자 규모를 문제 삼는다. 와튼스쿨은 대형 기술기업의 AI 인프라 투자가 정당화되려면 AI 부문 생산성이 현재보다 2.7배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연구를 소개했다. 제시카 와처(Jessica Wachter) 와튼스쿨 교수는 생산성 향상이 투자 데이터에는 보이지만 아직 생산성 데이터에는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시장 구조상 생산성 개선은 먼저 규모가 큰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하기 쉽다. 대형 기업은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자본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자동화 투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같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생산성 격차가 기업 간 이익률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배경이다.
노동시장에는 다른 부담도 남아 있다.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배분되지 않으면 노동소득 비중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면 고용 유지와 투자 확대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AI가 성장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그 성장의 몫이 어디로 가느냐다. 2분기 미국 지표는 생산성 개선과 이익 마진 확대, 노동소득 비중 하락이 동시에 나타난 국면을 보여줬다. AI가 임금과 고용,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향후 생산성·보상·기업 이익 지표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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