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자금이 폐기물·환경 분야에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SK그룹의 자산 재편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국내 인프라 거래를 키우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8월 27일 SK브로드밴드의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SK호라이즌에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3조800억원을 유치한다고 밝혔다. KKR은 지분 29%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은 20%를 보유하게 된다. 구주와 신주 매각을 통해 투자가 이뤄졌다.
SK호라이즌은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해 온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넘겨받는다. 대상에는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8곳과 울산·구로에서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가 포함되며, 총 318MW 규모 인프라 운영을 맡는다.
에너지 인프라 거래도 이어졌다. KKR과 SK의 합작법인 이클립스는 SK디스커버리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SK이터닉스 경영권 지분 43.10%를 인수했다.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은 6월 SK멀티유틸리티와 울산GPS 지분 49%를 1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대기업은 반도체·배터리·AI 등 성장사업에 자금을 집중하기 위해 자본 집약적인 에너지 발전·인프라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자본 재분배 압력 속 PE들은 이를 인프라 자산 확대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사업 재편이 사모펀드에는 대형 인프라 자산을 확보할 기회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에너지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투자가 이어졌다. 블랙스톤은 2021~2022년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기업 인베너지에 약 30억달러(약 4조410억원)를 투자한 뒤 10억달러(약 1조3470억원)를 추가 투입해 총 40억달러(약 5조38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2021년에는 데이터센터 리츠 QTS도 인수했다.
삼정KPMG 자료에서는 올해 상반기 에너지·천연자원 부문 투자가 822건, 1492억달러(약 200조9700억원)로 집계됐다. 전체 섹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5%였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도 끌어올리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계획소위원회는 2040년 최대 전력수요를 기준 시나리오 158.4GW, 상향 시나리오 165.0GW로 제시했다. 4월 전망보다 26.6~26.8GW 높아진 수치다.
이번 전망에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반영됐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 장비뿐 아니라 전력·냉각·네트워크 설비가 함께 필요한 시설이어서 전력망과 발전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 정책도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 5년 목표치는 기존 30조원에서 100조원 규모로 확대됐고, 사업 대상도 착공 지연 사업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신규 사업 발굴 중심으로 바뀌었다.
정책자금 역시 관련 사업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전남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 삼성전자 평택 P5, 스마일게이트 데이터센터, 네이버 데이터센터 증설 지원을 확정했다.
출자자(LP)들도 인프라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군인공제회는 관련 전담조직을 보강하거나 신설하고 있으며, 대체투자 시장의 엑시트 지연으로 분배금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대체투자 내 엑시트 지연으로 분배금 가뭄이 이어지며 LP들은 최종 내부수익률(IRR)만큼 분배금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며 “분배금이 저조한 부동산과 PE 전략의 비중 축소 대신 사모 대출과 인프라로 자금 이동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프라 투자는 출구 전략이 과제로 남는다. PE의 투자 기간은 통상 5~10년이지만 인프라 자산의 생애주기는 더 길 수 있어 매각 시점과 잠재적 투자자군을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이보람 EY파르테논 파트너는 “예상 엑시트 시점을 설정하고 엑시트 대상을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PE도 잠재적 투자자 군으로 검토 및 확보해야 한다”며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발생하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자금조달 구조를 잘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프라 자산의 성장성과 수익률이 다른 산업보다 높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레버리지와 현금흐름 관리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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