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Ripple) CEO가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의 최근 금 재배치 사례를 들어 암호화폐가 중앙은행 간 자금 이동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링하우스는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암호화폐는 빠르고 안전하며 저렴한 글로벌 가치 이동의 이상적인 사용 사례"라고 썼다고 코인게이프(CoinGape)는 전했다. DNB가 올해 3월부터 8월 사이 약 86톤의 금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이 중 59톤은 실제로는 뉴욕에서 판 뒤 런던에서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처리돼 물리적으로 대서양을 건너지 않았다는 점을 그는 근거로 들었다. 나머지 27톤만 실제로 이동했다.
◇ 독일 금 송환은 4년 걸렸다
갈링하우스가 함께 언급한 비교 사례는 독일 분데스방크(Bundesbank)의 금 송환이다. 분데스방크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해외에 맡겨뒀던 674톤의 금을 프랑크푸르트로 옮기는 데 4년이 걸렸다. 이미 자국 소유였던 자산조차 운송과 세관 절차, 다국 간 조율을 거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DNB는 현재 보유한 금의 32.1%를 영국중앙은행이 있는 런던에, 18.5%씩을 뉴욕과 오타와에, 나머지 30.8%를 자국 화폐센터인 제이스트(Zeist)에 나눠 보관하고 있다. DNB는 이번 재배치 목적을 "거래성 증대 및 위기 대비"라고 공식 발표했다. 갈링하우스가 지적한 물리적 이동의 지연은 이런 기존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DNB가 택한 방식은 금의 소유권만 옮기고 실물은 그대로 두는 일종의 장부상 스와프에 해당한다. 뉴욕에 있던 금을 현지에서 매각한 뒤 런던에서 같은 양을 다시 사들이는 구조여서, 국경을 넘는 물리적 운송 없이도 보관 위치를 재조정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27톤이 실제로 이동한 것과 대조된다.
◇ 창펑 자오도 비슷한 언급, 다만 조건부
비슷한 시점 창펑 자오(Changpeng Zhao) 바이낸스 공동창립자도 "비트코인이 금을 추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코인게이프는 전했다. 다만 창펑 자오는 이 주장에 "정부 채택이 전제 조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기존 금 인프라의 성숙도 때문에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밝혀, 단순한 기술 우위만으로 대체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기존 중앙은행 금융 인프라의 낡은 구조를 지적하는 담론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다만 정책당국 차원에서 공식적인 암호화폐 채택 신호가 나온 사례는 이번 발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갈링하우스는 최근에도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정비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기술과 정책 사이
이번 발언은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나 중앙은행과의 협력 계획이 아니라, 암호화폐 기술의 우월성을 일반론으로 제기한 것에 가깝다. DNB의 금 재배치 역시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서 거래 효율을 높이려는 결정이었을 뿐, 암호화폐 채택 필요성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이 실제로 금 결제 방식을 바꾸려면 통화정책 통제력 유지, 금리 전달 메커니즘 작동, 거시경제 영향 평가, 규제 체계 정비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013년 15억달러에서 현재 2조7000억달러(약 3636조9000억원) 규모로 약 1800배 늘었지만, 이 같은 외형 성장이 곧바로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이번 발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결제 방식을 실제로 바꾸려면 정책 당국의 공식 입장 변화나 구체적 검토 계획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