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의 인공지능(AI) 관련 수주잔고가 76억달러(약 10조2068억원)로 늘었다. 다만 DDR5·DDR4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등 부품 공급 제약으로 주문이 출하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HPE는 9월 2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분기 매출 122억달러(약 16조384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33.7% 증가한 수치다. HPE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전체 AI 수주잔고는 전분기보다 14%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AI 시스템 수주잔고는 76억달러(약 10조2068억원)다. AI 시스템은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서버와 가속기 등 여러 장비를 묶어 공급하는 사업 영역으로, 수주잔고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납품과 매출 인식이 끝나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문제는 주문보다 부품 공급이다. HPE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6 회계연도 3분기 보고서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처리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메모리 부품의 공급 제약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HPE는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컴퓨팅 설비 교체 수요가 메모리 부족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작업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생산으로 공급이 집중되면서 일반 서버용 메모리와 저장장치 조달에도 제약이 생겼다는 취지다.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PE 경영진은 DDR5와 구형 DDR4 메모리, 낸드플래시를 공급이 제한된 주요 부품으로 지목했다. 메모리 제조업체가 AI 작업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로 생산 배분을 더 많이 전환해야 공급 제약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상화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부품 가격 상승은 서버 평균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HPE의 3분기 서버 매출은 67억6600만달러(약 9조8562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5.3% 증가했으며, 메모리와 SSD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평균판매가격을 끌어올렸다고 SEC 보고서는 설명했다.
재고와 조달 비용도 함께 늘었다. HPE는 수요에 앞서 전략적 부품을 확보하고 수주잔고를 이행하기 위해 구매를 확대했으며, 3분기 말 재고는 118억달러(약 15조8374억원)로 집계됐다.
회사는 공급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다년간 공급계약을 확대하고 고객에게 대체 제품 구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부품의 공급이 제한될 때 제품 구성을 조정해 주문 이행을 이어가려는 대응이다.
AI 수요 자체는 강하게 나타났다. HPE는 3분기에 24억달러(약 3조2232억원) 규모의 신규 AI 시스템 주문을 확보했으며, AI 시스템 매출은 약 16억달러(약 2조1488억원)였다고 밝혔다.
HPE는 수주잔고 전환 시점에 따라 4분기 매출이 순차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은 회사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내용이며, 콘퍼런스콜 원문에 담겼다.
안토니오 네리(Antonio Neri) HPE 최고경영자(CEO)는 “물량은 공급이 가능해지는 시점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가 확보돼도 메모리와 SSD 등 핵심 부품 공급이 뒷받침돼야 출하와 매출 인식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실적은 AI 인프라 공급망의 병목이 GPU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버 업체 입장에서는 AI 시스템 수요가 이어져도 메모리와 저장장치 공급이 제한되면 주문을 실제 매출로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HPE의 주가 흐름도 AI 서버 수요와 공급 제약을 함께 반영할 수 있는 요소다. 본지는 앞서 HPE 주가가 AI 서버주 상승분을 되돌린 흐름을 전했지만, 이번 실적 자료에는 주가 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설명은 담기지 않았다.
HPE는 전략적 부품 확보와 장기 공급계약 확대를 이어가면서 AI 시스템 수주잔고의 출하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메모리 공급 정상화 시점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향후 실적에서는 수주잔고 규모와 함께 실제 출하 및 매출 인식 속도가 확인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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