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뉴욕증시 데뷔전서 2배 급등… 스테이블코인發 IPO 훈풍 부나

| 김민준 기자

서클(Circle)이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침체됐던 IPO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으로 알려진 서클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신 IPO에서 보기 드문 흥행 사례로,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벤처캐피털(VC) 투자의 유동성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서클의 IPO는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규모로 마감됐다. 당초 2,400만 주를 주당 24~26달러에 판매하려 했던 계획과 달리, 주당 31달러에 3,400만 주를 팔며 총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를 조달했다. 거래 첫날에는 69.50달러에 상장돼 곧바로 8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기업 가치는 68억 달러(약 9조 7,900억 원)로 평가받았지만, 여전히 지난 민간 투자 당시 평가받았던 9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클은 2013년 설립 이후 코인베이스(COIN), 액셀(Accel), 제너럴 캐털리스트, 블랙록 등의 거물급 투자사로부터 총 1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대표 발행 상품은 미국 달러에 연동된 디지털 화폐 ‘USD코인’으로,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약 27%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테더(Tether)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이번 상장은 단일 기업의 성공을 넘어 IPO 시장 전반에 대한 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로 평가된다. 서클에 이어 오는 12일에는 모바일 뱅킹 스타트업 차임 파이낸셜(Chime Financial)이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며, 플로리다 보험 스타트업 슬라이드 인슈어런스(Slide Insurance)도 공모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기다림 끝에 IPO에 나서는 유니콘 스타트업들도 주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후불결제(BNPL)’ 대표주자인 클라르나(Klarna)는 이미 상장 서류를 제출했지만, 최근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잠정 연기했다. 결제 인프라 대기업 스트라이프(Stripe)는 여전히 프라이빗 시장에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시장 여건에 따라 상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편, 헬스테크 스타트업 오마다 헬스(Omada Health)는 5억 2,800만 달러 이상을 유치한 바 있으며, 현재 공모가 산정에 나서고 있다. 우주기술 스타트업 보이저 테크놀로지스(Voyager Technologies)도 뉴욕증시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서클의 사례처럼 최근 상장 기업들이 민간 시장에서의 마지막 평가보다 낮은 가치를 받고 IPO에 나서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는 일종의 유니콘 가치 재조정 흐름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차임은 이전 비상장 평가보다 절반 수준의 가치로 상장을 준비 중이며, 오마다 또한 과거 평가와 거의 유사한 11억 달러의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앞서 상장에 성공한 힌지 헬스와 이토로도 비상장 시절보다 낮은 평가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서클을 시작으로 다수의 유망 스타트업이 상장 대열에 다시 올라설 조짐을 보이면서, 그간 위축됐던 벤처 투자 시장에도 점진적 회복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