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 美 증시 상장 본격 추진…“서클 성공 후 IPO 가속”

| 김민준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운영사 제미니 스페이스 스테이션(Gemini Space Station)이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비공개 예비심사를 접수했다. 구체적인 상장 일정이나 공모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결정은 자금 조달과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제미니는 지난 3월 블룸버그를 통해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회사는 직전 투자 라운드에서 7억 1,000만 달러(약 1조 23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당시 4억 달러(약 5,760억 원)를 확보한 바 있다. 이번 IPO 역시 유사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초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제미니는 타일러 윙클보스와 캐머런 윙클보스 형제가 2014년에 창업했다. 이들은 과거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페이스북 관련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제미니는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70개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하며,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제미니 달러’도 발행하고 있다. 제미니 달러는 미국 달러에 연동된 가치로,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회사는 암호화폐 캐시백 기능을 제공하는 ‘제미니 크레딧카드’와 고급 트레이딩 앱 ‘액티브트레이더(ActiveTrader)’ 등 핀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투자자 맞춤형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한동안 운영됐던 암호화폐 대출 상품 ‘제미니 번(Gemini Earn)’은 파트너사 파산 여파로 2023년 중단됐다.

SEC는 제미니 번과 관련해 허위광고 혐의로 조사를 벌였지만, 제미니가 21억 8,000만 달러(약 3조 1,392억 원)를 투자자에게 환급하면서 사건은 올해 초 종결됐다. 같은 시기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관련된 또 다른 조사 역시 500만 달러(약 72억 원)의 합의금으로 마무리됐다. 상장 준비가 본격화된 배경에는 이러한 규제 리스크 해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미니의 IPO 추진은 이번 주 초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한 서클(Circle)의 사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USDC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서클은 이번 상장에서 약 11억 달러(약 1조 5,840억 원)를 조달했으며, 상장 첫날 주가가 160% 이상 급등하는 등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제미니 역시 이와 유사한 성과를 노릴 가능성이 크며, 향후 기업가치 제고와 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