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IN, 블록체인 차세대 인프라로 떠올랐지만… 규제 사각지대 '방치'

| 김민준 기자

미국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GENIUS 법안은 암호화폐 산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담고 있으며, 준비금 요건, 감사를 포함한 투명성 기준, 승인된 발행자 요건 등을 통해 업계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향후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지만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또 다른 분야인 탈중앙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DePIN은 투기성 자산이나 NFT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이는 실제 하드웨어를 국민이 직접 설치하고 운영해, 무선 인터넷, 지도 생성, 분산 스토리지와 같은 실생활 인프라를 제공하는 구조다. 참여자는 안테나, 센서, 하드드라이브 등 장비를 설치하고 토큰 보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처럼 DePIN은 이미 작동 중인 비즈니스 모델이며,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DePIN 프로젝트 중 글로벌 무선 인프라 사업자인 ‘Glow’는 1,500만 달러(약 20억 8,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위치기반 데이터 네트워크인 ‘Geodnet’은 연간 100만 달러(약 13억 9,000만 원)의 반복 매출 모델을 확보했다. 전체 DePIN 생태계는 2억 5,000만 달러(약 3,475억 원)가 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시범 운영이 아닌, 실제 사용자와 기여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는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법적 정의나 프레임워크가 없는 상태로, 이로 인해 사용자, 개발자, 투자자 모두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DePIN은 통신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암호화폐 중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법 체계로는 분류가 어렵다. 특히 IoT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환경 및 위치 정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보상 체계도 아직 불안정하다. 많은 이들이 개인 자금을 들여 장비를 설치하지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보상의 기준이나 보장 장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토큰 설계가 바뀌거나 보상 구조가 붕괴될 경우, 참여자는 아무런 보호 없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DePIN 생태계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DePIN 프로젝트는 ‘탈중앙’을 표방하지만, 의사결정권이 소수 개발팀에게 집중된 경우가 많다. 공공재 성격을 띠는 시스템일수록 투명성과 책임 있는 거버넌스가 필수이나, 그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슈들을 보면, DePIN은 독자적인 규제 틀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 GENIUS 법안처럼, 이 역시 신중하고 맞춤형 접근이 요구된다. DePIN은 전통 금융이 아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융합된 하이브리드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디파이나 스테이블코인과 동일한 간주로 다룰 수는 없다.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원한다면, DePIN을 위한 입법적 접근도 더는 늦출 수 없다. GENIUS 법안이 좋은 선례였다면, 지금은 그것을 확대 적용할 시점이다. DePIN이 가진 실질적 영향력과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 분야에 대한 명확한 규범은 단순한 보호 차원을 넘어 미래 인프라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적 전략이 될 수 있다.